우리는 지금 인간답게 살고 있을까? 그 전에, 인간답게 산다는 건 무엇일까? 많은 답이 있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할거다. 지금 시대는 그런 면에서 개인의 자유가 허용되는, 즉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배경이 마련되어있다. 그러나 세계 어딘가에선 여전히 자신이 자신의 주인이 되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화이트 타이거>(베가북스.2009)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인도에 사는 한 청년. 중국 총리가 인도를 방문한단 이야기에 청년은 총리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어떻게 인도 빈민가 출신의 자신이 명실상부한 사업가가 되었는지, 왜 주인을 죽인 살인범이 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편지 속 청년의 이야기는 가감없이 그들의 현실을 직시한다.

 

태어날 때부터 일생이 결정되는 카스트 제도에 묶인 인도인들의 삶. 그 속에서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눈에 띄는 '화이트 타이거'였다.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려는 그의 노력 덕분에 자신의 마을 공동체에서 벗어난 그는 운전기사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무식쟁이 하인일 뿐이었다.

 

90%가 하인이고, 10%가 주인인 세상? 그건 분명히 잘못된 세계이다. 그러나 실제로 <화이트 타이거> 속 인도는 그렇게 이루어져있었다. 그렇다면 왜 90%는 자신들의 울타리(주인공의 말을 빌리자면 '수탉장')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들이 너무 무식해서 자신들이 이용당한다는 사실을 모르는것일까? 작가는 주인공의 입을 빌려 말한다. 그건 '인도의 가족' 때문이라고, '자기 식구들이 파멸하는 꼴을 볼 각오가 된 사람만이 닭장을 부수고 나올 수' 있는거라고.

 

개인에게 지지의 장소가 되어야 할 가족이 오히려 생의 걸림돌이 되는 아이러니라니. 결국 그들은 가족이란 울타리에 갇혀 인간다운 삶을 포기해온거다. 그러나 주인공은 단호히 자신의 인간다운 삶을 찾아나서기로 다짐한다. 주인을 죽이고, 가족을 저버린채로. 어쩌면 그는 너무 이기적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난 그의 결정에 욕을 할 수 없었다. '단 하루라도, 단 한 시간이라도, 아니, 단 일 분이라도, 하인으로 살지 않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 것은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지난 삶의 행적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지금 내가 누리는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다시금 되돌아본다. 당연한 듯이 누리는 이 자유로움 또한 지난 시대 누군가의 희생에 빚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많은 돈, 큰 권력, 완벽한 결혼 등... 그러나 그 속에서 진실로 중요한 인간으로서의 삶은 기만해왔다.

 

이 책은 단순히 자유를 꿈꾸고 이루어낸 한 청년의 성공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를 통해 안일한 삶에 빠진 우리를 질타하고 있다. 지금 너희가 손에 쥔 걸 소중히 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자유로운 영혼을 빼앗기고 말거라고. 처음엔 작가의 맛깔스런 이야기에 빠져들다가 어느 순간 지금 삶에 고마워하게 되는, 동시에 좀 더 제대로 살 결심을 하게 되는,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을 책이다. 인도의 퍽퍽한 현실과 마주하고 싶은 분께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