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본 적이 있나요? 어린 시절부터 책을 끼고 다니던 꼬마였나요? 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마음이 콩닥콩닥한가요? 여전히 소설이라면 정신 못차리는 소설광인가요?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아닌 곳을 꿈꿔본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조심스럽게 이 책을 당신에게 건네봅니다. 이 책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뻔 했던, 아니 잃었던 한 소년의 이야기니까요. 그리고 소년은 다시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냅니다. 전과 완벽히 똑같진 않지만 그만큼 소중한 무언가를요. 그 과정은 꿈같이 달콤한 동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지만, 조금 잔혹하고 아픈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면 함께 해보실래요? 잃어버린 것들을 찾는 소년의 모험에."

 

이 책은 동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주의사항을 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동화의 재구성이고, 이 책 한 권 자체가 모험 동화이기에 추천하고 싶지만, 동화다운 알콩달콩함 대신 잔인함으로 가득찼기에 꼭 읽어보라고 권하기 쉽지 않다. 특히 동화를 좋아하는 감수성 많은 사람들에게 피비린내나는 많은 내용은 고개를 돌리게 만들지 모르니 말이다.

 

주인공은 엄마를 잃은 소년, 데이빗이다. 엄마가 죽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들어온 새엄마 로즈와 동생 조지는 데이빗에게서 아빠를 뺏어간 사람들로만 보이고, 그들에 대한 분노는 점점 커지기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異)세계로 통하는 문을 정원구석에서 발견하고 빠져들어간 데이빗.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는 앨리스 를 떠올리게 한다.

 

본격적으로 동화 세계가 시작되나 했는데 초반부터 목 잘린 시체에 비릿한 시체 냄새. 이쯤되면 미리 겁먹고 도망가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나름 동화 코드를 주장한 책이어서 처음부터 나오는 잔혹한 장면들에 (뒤로 갈수록 동화의 환상은 점점 깨진다.) 당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꿋꿋이 맞서 싸워(?)가며 읽다보면 작가가 왜 이렇게 쓸 수밖에 없었는지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 만난 환상으로 가득찬 동화세계는 현실을 보지 않으려는 아이다운 도망가기 수법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 그렇기에 어른이 되서도 동화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지도. 그러니 이 책은 어른이 된 우리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동화 속에서 애기같이 굴지말고 현실도 바라보라고.

 

그러나 현실의 아픔을 보여주는데서 그치려고 한걸까?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데이빗이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또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면서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고 결국에는 바꿀 수 있던 힘. 그 것이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려던 마지막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지혜와 용기, 어느 동화에서도 빠지지 않던 그 두 덕목을 잘 챙기고 살라는 교훈말이다.

 

모든 아이는 어른이 되고, 대다수 많은 어른들은 어린 시절에 소중했던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살곤한다. 바쁜 삶 속에 그런 것들을 언제 챙기냐면서. 그러나 문득 그리워질때 돌아볼 수 있는 천국 하나쯤 마음 속에 담아두고 살면 어떨까. 나중 나중에 이 세계에 이별을 고할 때 챙겨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