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베토벤 바이러스>란 드라마가 한창 붐이다. 평소 클래식을 즐겨 듣지 않는 사람들까지 그 매력에 풍덩 빠지게 한 덕분인지, 최근엔 '클래식' 이란 말이 영 낯설지 않다. 그러던 차에 <조윤범이 파워클래식> 이란 책을 만났다. 두툼한 두께, 예사롭지 않은 표지(!), 클래식이란 가볍지 않은 주제란 삼중고를 안고서도 왠지 만나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그렇게 이 책, 저자인 조윤범과 나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책을 통해 알게된 새로운 정보 하나, 저자인 조윤범은 현악사중주 '콰르텟엑스' 란 팀의 리더란다. 또 하나, 예당아트 TV란 곳에서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이란 방송도 하고 있나보다. '강의 쇼'를 한다는데 도대체 무슨말인지.. 이 사람이 클래식 강의를 도대체 얼마나 멋들어지고 쉽게 하길래 그렇게들 난리를 친 건지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이 책이 그 강의를 모아 출판한 책이라니 말이다.

 

맛깔난 강의는 총 4악장으로 이루어졌다. '너무 빠르지 않게' 바로크에서 고전파. '빠르고 유쾌하게' 낭만파. '감정을 담아 느리게' 근대음악. '힘차고 웅장하게' 현대음악까지. 아니, 저 많은 시대며, 그 많은 작곡가들을 어떻게 다룰거며, 다 쑤셔넣다가는 내 머리 박살나겠다라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솔직히 나 또한 목차를 보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으니.

 

그러나 일단 제일 마음에 드는 작곡가 한 놈만 골라 잡아 읽어보시길! 왜 사람들이 열광했는지, 왜 클래식은 어려운 게 아니라고 하는지 곧바로 수긍이 갈테니 말이다. 물론 아무리 쉽게 썼다고 해도 전문 용어가 나오는 것은 나의 무지함을 탓해야했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듯 풀어내는 시대와 작곡가 이야기에 금방 빨려들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건 예전에 피아노곡을 듣고 반했던 드뷔시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 때 좋아했던 곡이 '월광'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조윤범식 강의를 듣다보니 얼른 찾아 듣고 싶어졌다. 이 밤에 왠지 센티한 기분으로.

 

나 뿐만이 아닐거다, 이 책을 읽으며 듣고 싶은 목록을 주루룩 쓰고있는 사람이. 그만큼 그의 말 풀어내기가 매력적이라고 해야할까. 조금 오버하자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읽다보면 시간이 훌떡훌떡 지나가있다. 역시 사람이 사람에게 전달하는 건 쉽고 봐야한다는 오래된 말, 틀린 것 없나보다.

 

어디 약속 나가기 전 몇 페이지 정독하고 나가면 조금 교양있는 척 잘난척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일상이 되서 자연스레 몸에 밴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개성있는 표지만큼 개성있는 클래식 강의, 당신도 빠져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