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가 말하는 오리엔탈리즘은 세 가지의 함의를 가지고 있다. 우선 좁게는 그것은 동양에 관한 학문을 지칭하지만 넓게는 동양을 서양과 구별해서 생각하는 사고의 한 유형이다. 또한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성하고 억압하는 조직적인 기율, 즉 푸코가 말하는 의미에서의 담론이다.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을 실체로 이해하지 않고 의식 속에서 지어내는 사고 유형과 그 사고 유형에 따라 형성된 학문 체계 및 담론,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제반 제도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내가 주장하는 바는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이 서양보다 약했기 때문에 동양에 억지로 씌워진 근본적으로 정치적인 원리였고 이로써 동양에 고유한 차별성은 그것이 약하다는 이유로 묵살되었다는 점이다.

모든 유럽인이 제국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을 곧바로 유럽 사회 전체를 지배하던 오리엔탈리즘의 효과로 돌림으로써, 그 불가피성을 옹호 내지 변호하는 자세로 돌아선다. 여기서 부각되는 것은 담론으로서의 오리엔탈리즘의 항거할 수 없는 힘이며, 묵살되고 만 것은 개인의 주체적 자리이다. 사이드가 유럽인들에게 일종의 도덕적 면죄부를 주는 근거가 이처럼 푸코적인 담론의 지배를 인정하고서야 가능했다는 것은 시사적이다.

그 이전의 동양론은 크게 보아 서구의 자기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한 존재론전, 인식론적 필요에서 비서구 세계를 타자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 경우 직접적인 힘의 우열 관계, 그리고 지배와 피지배라는 관계에 의한 동양론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예컨대 일본 사람이나 만주족을 왜놈 또는 오랑캐라고 부름으로써 그들의 문화를 야만시했던 것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문제 되는 것은 제국주의 체제와의 관계에 있어서의 동양론이다.---------------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