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인종 거리가 지리상의 거리와는 정반대로 구미와 가깝고 아시아와는 멀다는 사실은 내 개인적 체험이나 일본 근대화의 역사에서도 다소 예상되는 것이다. 일본의 구미지향성은 전체적으로 변함없이 존속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상당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구미에서 구하고 있는 고도의 문명과 문화 때문이 아니라, 거꾸로 광대한 자연과 소박한 인정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호의의 이면에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타자에 대한 멸시가 스며들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인에 대한 편견이 강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 세대이기보다는, 오히려 역사적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고 또 가해자로서 한국인들을 대했던 세대 가운데 많기 때문이다.
사회는 차별을 필요로 하고, 국가는 가상의 적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속한 사회와 국가에 실제로 좋아하는 나라와 싫어하는 나라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 의식 속에는 현실적으로 좋아하는 나라와 싫어하는 나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거의 확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며 우리는 애매한 말과 인도주의적인 언어로 그것을 은폐해서는 안 된다.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화주의적 경향과 국수주의적 경향이 서로 대립, 갈등하면서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제1 개국 이래 어느 누구의 눈에도 명백하게 보일 것이다. 더 이상 외부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이 사라지고, 일본의 모든 것들이 가장 우수하다는 사상이 지배하던 시기(1930년대)에 찾아왔다. 서양숭배가 토착문명에 대한 멸시 풍조를 강화하고 토착문명의 소멸을 야기한다는 자신의 위기감이 깔려 있는 듯하다.
1. 압도적 서구화로 간주되고 있는 것 중에는 서구화가 아닌 보편화 또는 세계화라 불러야 마땅할 부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다.
2. 서구화와 국수의 사이클은 근대 국민국가의 틀 안에서, 따라서 국민통합의 이데올로기라는 자장 내에서 성립한다는 점이다.
근대적 국가는 정부와 군대라는 국가 장치의 형성과 강화를 서두르는 동시에, 국민통합을 위한 이데올로기 형성에 엄청난 힘을 쏟아 붓는다. 국민통합 이데올로기의 본질은 국수였다. 국민국가가 존재하는 이상 국수는 계속 존재할 것이다. 서구화와 국수 또는 서구화와 회귀라는 현상에 대한 야마모토 신의 가장 커다란 공헌은, 이 문제를 일본에 한정된 특수한 사례가 아닌 서양 문명을 받아들이는 모든 나라에 공통된 문제로서, 좀더 확대하면 근대 이전에도 존재했던 이문화 교류의 보편적인 현상으로서 세계 문명교류사 속에 설정했다는 점이다.---------------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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