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소설의 표지와 제목을 보고 떠오른 생각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리메이크한 일본 작품인데, 소소함과 차분함을 지닌 동시에 정적인 분위기의 영화이다. 이와 같이 채식주의자라는 단어 하나에 내 머릿속은 이미 고정된 이미지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이었는지, 이 책을 10장 넘기기도 전에 깨달았다. 마치 나의 머릿속 고정관념들을 부셔버리고 싶어 하는 작가의 망치질이 내 뒤통수를 가격하는 느낌이었다. 초반 느낌이 거의 스릴러에 가까운 이 책은 총 세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서로 다른 이야기 인듯하지만 연결되는 세편의 이야기는 이 세상의 고정관념들을 거부하고 있는 느낌이다.

 ‘채식주의자, 가족, 성과 윤리, 그리고 인간.’

사실 보통 소설은 나눠서 읽는 편인데 이 소설은 초반부에서 중반부까지의 내용들이 너무 강렬해서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고, 그 느낌 그대로 끝까지 읽어버렸다. 특이한 점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도 있는 채식주의자 영혜의 시점으로 쓴 글이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꿈에 대한 독백을 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영혜라는 인물을 여러 사람이 여러 각도에서 평가받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소설이지만 나는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만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