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함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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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저리>, <돌로레스 클레이븐>, <쇼생크 탈출>의 작품들과는 분명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스티븐 킹의 신작 <미스터 메르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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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원작들을 비롯하여, 원작보다도 더 강인한 인상을 풍기는 영화 작품들이 가능할 수 있었기에, 스티븐 킹만의 세계관은 익숙하게 느껴졌고, 또 그에 대한 다양한 고정관념들이 생기게 된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신간의 앞/뒷면을 비롯하여 많은 추천의 글들과 소개문을 읽어왔던 것은, 출간된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공통 분모를 뽑아내며, 어떠한 굵직한 한 마디 표현들을 머릿 속에 떠올리는 일. 그 내용을 읽어오면서도, 필연적으로 그리 믿어볼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닌가 착각하게 되는 것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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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혹은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장르적인 표현을 군데군데 심어주고 싶고, '사설탐정'이라는 용어까지 주고받는 내용들을 들어본다면, 분명 추리물이라는 분위기로 시작하게 되는 작품인 듯 보여지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생각해-)본다면, 많은 독자들이 흔히 상상하는 추리물로의 전개방식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언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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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독자들이 스스로 탐정이다..라는 설정과 존재 자체에 이입이 되어 범인과 단서, 그리고 연계된 실마리를 찾아내는 부분들은 없고, 나열된 하나하나의 조각들을 맞추어 가는 일에서 느낄 수 있는 반전적 유희와는 조금 다르게 와닿는 것이 사실이었거든요.

스티븐 킹의 작품들에서 보여지던 상황 전개 방식의 한 가지라던가... 근래의 미스터리물(요컨데 <7년의 밤> 같은...)에서 보여지는 플롯들로써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과 반대의 위치에 선 인물간의 시점들을 어긋나게 나타내며, 직설적으로 표현해내는 일. 그 안에서 요동치는 격한 감정들이 말투와 행동에 묻어 나오며, 서로에 대한 극적 긴장을 높이는 부분 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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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 및 간략한 내용을 소개한다면, 취업박람회 일정으로 시작되는 새벽녘 어스름이 묻어나는 고요한 시간. 돌진해오는 메르세데스 차량과 아비규환이 되어버린 사건의 순간들은 그저 안타깝기만 할 뿐입니다. 인생을 채 피워보지도 못한 아이 역시 피해자 중의 일부라는 상황은, page를 몇 장 넘기지 않은 상황에서도 벌써 격한 감정의 흔들림을 전하니 말이죠.

(이 상황의 도입에서도 '역시 스티븐 킹이다!!'라는 감탄을 하게 될 뿐이었습니다.)

어찌되었든,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된 지난 사건들을 마주하는 퇴직 형사의 무미건조한 일상.

(사실, 미국영화에서 자주 보여지는 퇴직형사의 무료하고 우울한 삶, 자살을 결심하기라도 한 듯한 '만지작거리는 총'의 설정은 꽤 익숙하죠.)

그 속으로 날라든 한 통의 편지는, 진행 중인 미해결 사건에 대한 범인의 조롱섞인 과거의 기억들로 생기를 잃은 듯한 호지스의 일상을 다시금 깨우는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여전히 그에게는 현직에 남은 동료들과, 이제는 민간인으로 되돌아본 퇴직 형사 주변의 새로운 조력자들의 등장을 통해 미제의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요.

너무나도 복잡한 사연과 상황을 지닌 범인에게는, 이 퇴직형사의 무료한 일상이야 말로 또 다른 놀이감으로만 보여지게 되지만, 결과적으로 퇴직형사 호지스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는 부분이 멋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날의 미해결 사건을 마주하는 퇴직 형사의 이야기는 여러 장르의 작품들을 통해 만나볼 수도 있었겠지만, 주인공의 의지와는 달리,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부족함들을 채워줄 수 있는 조력자의 등장만큼은 상당히 현실적인 부분이 되겠죠.

대립 구도에서, 어느 한 명이 우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 냉정하고 치밀한 성격으로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보이기 보다는, 자칫 감정에 휘둘려서 스스로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는 인물들의 현실과 갈등들이 생생하게 보여지는 <미스터 메르세데스>.

메르세데스 돌진 사건 뿐만 아니라, 그 사건으로 연계된 트릴로니 부인(메르세데스 사고 차량의 본 주인)에 대한 이야기까지.... 여러 얽히고 설킨 문제와 더불어, 그 연결고리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상대를 대하며 느끼는 생각까지도 적나라하게 펼치는 상상의 대화)

독자 스스로 범인을 찾아나서기 보다는, 애초부터 범인을 노출시키며 시종일관 밀고 당기는 필력들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즐거움. 어쩌면, 스티븐 킹은 애시당초 또 하나의 명화(영화)를 위해 작품화한 시나리오적 감성에 충실했던 것은 아닌가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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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의 구성으로 느낀 제 개인적인 결론은, 초반부 범인이 노출되는 시점으로 말미암아 허탈감을 느끼게 되었지만, 그 감정을 느끼는 일도 잠시!!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퇴직 형사 양반의 예리함처럼, ​점점 더 맛깔나게 표현되는 격한 문구와, 새로운 주변인들의 등장들에 대해 의심에 또 의심을 갖게 된 것은 여지없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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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스티븐 킹이 최초로 선보인 추리물이라는 Title로는 큰 공감을 얻기 힘든 것이 제 주관적 평가입니다. 처음으로 선보인 추리물이라는 한 마디로써 '최초의 시도'와는 무관하게, 오히려 추리물을 익숙하게 다뤄온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부분이었고, 공간적인 분위기 및 염세주의적 성향을 지닌 인물들이 곳곳에 등장한다는 것은, 다른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분위기와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았거든요.

제가 느낀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큰 특징은, 일반적인 하드보일드보다도 더 하드보일드 하다는 표현을 더 맞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의 범죄 행위를 돌아보며 자아도취에 빠지는 사내, 몸서리치는 행위와 그 결과물들에 희열을 느끼는 범인의 모습과, 도무지 상식적으로 행동될 수 없는 관계에 대한 설정들을 읽으며, 스스로의 행동에 합리화를 부여하는 모습은 소름이 돋는 것 같습니다.

위선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 당당함,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음에 분개하는 범인의 모습.....

굵은 사건의 흔적 너머로, 시간이 흘러 과거의 기억들을 놓고 싸움을 벌이는 두 인물간의 심리 싸움은,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통해, 절정으로 치닫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