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마이링겐, 라이헨바흐 폭포에서의 마지막 혈투를 벌인 셜록 홈즈와 제임스 모리어티 교수. 홈즈의 죽음이라는 상황을 마주하면서도, 끝내 그 마지막이 무언가 미덥게만 느껴지게 된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시간이 흘러 부활하게 된 홈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그 모습들에 적잖이 실망을 하기는 했었지만, 그래도 셜록 홈즈는 코넌 도일의 정통성을 지닌 작품들에서만 그 생명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졌던 제 자신에게 있어서 앤터니 호로비츠의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은, 정통성이라는 단어 외 많은 의미들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 생각이 되네요.

아서 코넌 도일, 그리고 그의 작품들로 말미암아 셜로키언 신드롬을 일구어 낸 코넌 도일 재단.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은, 그 재단에 소속된 공식 작가의 작품이라는 의미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수많은 즐거움을 전해주는 이색적인 추리소설로 손꼽게 될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되거든요.

이미 개봉된 두 편의 영화를 비롯하여, 시리즈물의 드라마와는 정말 다른 이미지의 작품. (인물이나 내용면에서..) 홈즈를 소개하면서도, 실제 제가 기억하고 있는 홈즈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영화와 드라마와는 달리 앤터니 호로비츠의 작품 속에서는, 기억하고 또 추억하게 되는 셜록 홈즈의 모습들도 즐거움을 차지하는 한 부분이었으며,

그를 추종하게 되며, 그의 생각과 추리력을 지향하지만, 일부분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게 되는 애설니 존스의 모습들. 그리고, 홈즈의 여러 이야기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마저 제공해주는 감사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네 개의 서명', '애버네티 가족 사건'과 같은 이야기들을 당시의 기억이나 참고할만한 사례로 꼽는 과정들을 감안한다면 말이죠.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 '모리어티의 죽음'이라는 사건의 웅장함. 사실, 모리어티를 그다지 위대한 존재로 생각하지는 않았었는데, 라이헨바흐 폭포에서의 혈투를 상상하면, 그의 존재감은 실로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 날의 사건들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또 다른 이야기는, 여러 시각들과 짜임새 있는 해석들을 낳는 것이 사실이구요.

익사한 모리어티의 시신으로부터 발견되는 암호 형태의 메시지와, 그 배경 속에서 모리어티 교수를 둘러싼 범죄 조직 세계에 대한 새로운 방향들은 이야기에 참신함을 더해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오래 전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작품에서 만나본 인물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모습의 애설니 존스. 왓슨의 시점에서 바라본 그의 이미지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만든 프레데릭 체이스(핑커턴 사무소)의 관점은 정말 재미있었던 것 같네요. 저 또한, 절정에 가까워지는 순간까지, 그 둘의 관계가 홈즈와 왓슨 박사의 관계에 못지 않다는 느낌을 받으며 책을 읽었으니 말이죠.

범죄 수사를 진행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던 정보원의 죽음과, 모리어티의 죽음을 둘러싼 조직 간의 이권 다툼은 새로운 분위기를 전해주는데 충분했고, 그 속에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애설니 존스와 프레데릭 체이스의 판단력은 이 작품 속에서 또 다른 홈즈와 왓슨의 조합을 소개하는 분위기로까지 느껴졌습니다.

설마... 또는 혹시....라는 생각들을 입 안에서 머금게 되지만, 결과적으로 가상의 설정을 무너뜨릴 수 밖에 없는 반전 속의 반전. 조금 더 지능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추리력은 앤터니 호로비츠라는 작가의 능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점을 깨닫게 만드는 동시에, 눈썰미를 통해 모든 인과관계를 표현해내는 셜록 홈즈의 수사법 재현으로 아서 코넌 도일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한 순간의 방향 전환이, 그 반전이나 상황을 뒤엎게 되는 결과를 나타내는 상황. 한 편으로, 앤터니 호로비츠는 심경이 복잡한 코넌 도일이 홈즈의 생사를 쥐락펴락 하던 그 순간들의 매끄럽지 못한 상황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내기 위한 작품으로 이 내용들을 그려 본 것은 아닌가 생각이 되거든요. 그것이 아니라면, 후대에 이와 같은 작품 형식을 예견하고 그렇게 이야기의 끝을 흐리게 된 코넌 도일의 능력이 위대하다고 표현해야 할지.....

마지막으로, 남편의 동료인 프레데릭 체이스에게 부탁을 하는 엘스페스의 간절한 부탁이 머릿 속에 맴돌며, 운명에 마주한 그녀의 모습들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가 너무 궁금할 뿐입니다. 체이스의 숙소에서, 연신 기침을 하던 어둠 속의 인물이 궁금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읽어보지 못했던 <셜록 홈즈 ; 실크하우스의 비밀>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는지 확인해봐야 할 시간인 것 같습니다. 그래야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을 읽으며 느낀 이색적인 방향 전환이 더 큰 의미를 지닐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죠.

아마도, 황금가지에서 역시 이 부분에 대한 표현을 의도적으로 표지에 암시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모리어티의 외투 속 주머니에서 발견된 암호문, 이발소 전단지와 마찬가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