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작가는 예술을 한다.'

라는 말을 작품으로 오롯이 보여주는 작가,

백희나의 신작 '알사탕'입니다.

 

 

 

 

 

 

작가는 '구름빵'으로 아이와 부모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며

이후, '삐약이 엄마', '달샤베트',' 이상한 엄마' 등 다양한 작품들에서

독자들을 충분히 배려하는 작품을 출간해왔습니다.

 

 

 

 

 

 

여기에서 '독자를 배려한다'라는 것은

그림책을 읽어주는 부모와

그것을 듣는 아이들(또는, 스스로 찾아 읽는 아이들)

모두에게 한 권의 완성된 그림책이 주는 만족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뜻입니다.

 

 

 

 

 

 

이 책의 표지는 무척 단정하면서 포근한 색감을 지녔습니다.

주인공인 '동동'이의 니트는 배경색인 톤다운된 민트와

무척 잘 어울리면서도 주제가 되는 '알사탕'에 집중하게 합니다.

 

 

 

 

 

 

 

 

 

주인공 동동이는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합니다.

처음 시작은 그렇게 단조로운 듯, 덤덤한 듯 가장한 감정이 흐릅니다.

혼자 놀다 새 구슬이 필요해진 동동이는

구슬 대신 알사탕을 사서 집으로 들어옵니다.

 

 

 

 

 

1학년인 저희 반 아이들은 사탕을 물고 놀라는 이 장면에서

같이 놀라며 웃었습니다.

"선생님, 왜 눈이 저래요?"하기에

다음 문장인 " 으아, 박하 향이 너무 진해 귀까지 뻥 뚫린다!"를 읽어주니

"아하하. 맞아. 박하사탕 매워!"

"나는 먹을 수 있는데!"하며

여기저기서 자기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느라 잠시 소란스러워집니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알사탕은 그 무늬가 지닌 의미가 있습니다.

읽는 분들의 즐거움을 위해 더 자세히 풀지는 않겠습니다만

아이들은 금방 그 뜻을 찾아냈답니다.

 

 

 

 

 

 

이 작품에서 알사탕은 먹는 사람에게 생각을 들려주는 매개입니다.

아빠와 관련한 사탕을 먹은 동동이에게(그리고 독자에게)

작가는 한 페이지 가득 '아빠의 잔소리'를 보여줍니다.

활자는 이미지가 되어 잔소리의 압박을 시각화해주지요.

이미지보다 더 강력한 활자의 힘,

심리적인 부분을 가감없이 느끼게 해주는 작가의 역량이라 생각합니다.

 

 

 

 

 

 

 

 

자연스러운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다보면

어느 새 동동이가 마지막 알사탕을 먹는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주황과 노랑이 섞인, 밝은 느낌의 이 사탕은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요.

친구가 없어 사실은 많이 외로우면서도 덤덤함을 가장했던 동동이에게

과연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요.

 

 

 

 

 

 

*

 

대부분의 그림책이 속표지에 특정한 의미나 위트를 담으니

꼭 이 책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도 반드시 속표지를 눈여겨 봐야 합니다.

 

 

 

 

 

아이들이 다소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본문의 마지막 장면이

속표지를 살펴보면 그제야 비로소 완벽하게 이해가 되며

따뜻한 결말을 상상할 수 있게 되거든요.

어른들이야 열린 결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때로 확실하지 않은 결말에서

당혹감을 느끼기도 하니까요. :)

 

 

 

 

 

 

그런 점에서 백희나의 '알사탕'은 본문에서 작품성 있는 결말을 추구하면서도

어린 독자들을 위해 속표지를 충분히 활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