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너와 함께 여행을 떠날 때, 아이와 함께 해외여행 고고씽

(김수정 지음 / 보랏빛소)​

 

 

 

 

 

 

 

 

 

4세 36개월, 율이와 처음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사람들은 나에게 말했습니다.

"아이 데려가봐야 아무것도 기억 못 할텐데... 돈 아깝지 않아?"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늘 같았습니다.

"아이가 기억하지 못 해도 제가 기억하니까요."

 

 

 

 

 

 

 

 

아이를 위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율이와 저의 처음 시작은 그랬어요.

아이 낳기 전, 대학에 입학하고부터 저는 여행을 떠나야 하는 삶을 살았거든요.

그러니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여행을 마냥 참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딱 3년만 참고 아이를 어서 키워 함께 떠나자고 수없이 생각했었죠.

 

 

 

 

 

 

 

 

없이 살아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가족여행이라고는 꿈도 못 꾸었고,

수능을 마치고는 바로 생계형 과외 전선에 뛰어든,

그런 저에게 대학생활 중의 기나긴 방학은 여행을 떠나기에 충분한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배짱좋게도 과외 학생의 부모님들께

"제가 방학 동안 배낭여행을 다녀와야 하는데

한 달 정도 다른 선생님 붙여드리고 돌아와서 다시 열심히 가르칠까 합니다.

만약 그게 탐탁치 않으시면 새 선생님 구하셔야 하구요."

라며 제법 호기로운 통보까지 하면서 떠난 여행들,

그 여행들과 결혼 이후까지 이어진 여행들 덕분에 저는 가난 속에서도 풍요로운 정신을 지닌 사람이 되었다 생각합니다.

 

 

 

 

 

 

 

 

그렇게 절실했던 여행을 아이 낳고는 3년 정도 쉬어야 했어요.

얼마든지 아이를 맡기고 떠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임신 기간 중에 그랬다지요.

"어머님, 저 아이 낳고 나면 어머님께 맡기고 **씨랑 9박 10일로 호주 다녀올래요.

돌쟁이 키운 기념으로. 하하하."

막 그랬어요.

어머님께서는 "그래라. 얼마든지."하고 허락해주셨구요.

임신 기간, 딱 1년 못 간 것도 그 때는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이 들어 힘들었는데.

 

 

 

 

 

 

 

 

막상 율이가 돌이 되니 떠날 수가 없더라구요.

젖도 안 뗀 이 녀석을 놓고 어딜 간답니까.

실은 그 때, 아이가 저를 붙잡은 것이 아니라 제가 아이를 붙잡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된 지금, 그 때 그 대화를 다시 떠올리며 저와 시어머님은 깔깔 웃곤 합니다.

어머님께서 그러시더군요.

"네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진심으로 찬성했다.

하지만, 네가 갈 수 없을거라 생각했어.

너나 나나 아이라면 벌벌 하는 사람들 아니냐."

저를 제대로 보셨더라구요. 우리 어머님은. 하하하하.

 

 

 

 

 

 

 

 

그렇게 4년을 쉬었던 여행,

더는 참을 수 없어서 휴양지부터 조심스레 시작하자고 아이 네 살에 떠난 괌에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생각보다 깊었고 찬란했습니다.

내가 혼자 떠났던 대학 시절의 그 여행들과 깊이가 같았고

내가 남편과 함께 떠났던 결혼 후의 그 여행들과 똑같이 찬란했습니다.

 

 

 

 

 

 

 

 

아이는, 여행의 방해꾼이 아닙니다.

첫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내심 생각했고 두려웠거든요.

'아이랑 함께 하는 여행은 즐겁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이죠.

 

 

 

 

 

 

 

 

그.러.나.

아이는, 같은 장소에서 전과 다른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였고

아이는, 여행지에서 가끔 나에게 주어지는 외로움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의 여행은 율이와 더불어 더욱 빛나는 것이지요.

 

 

 

 

 

 

 

 

*

 

이 책의 서평을 쓰기 전, 제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고 글을 제법 두려움없이 쓰지만 책을 낼 정도의 경험은 없는 저.

그래서 몹시 저자가 부러웠습니다. 하하하.

 

 

 

 

 

 

 

 

저자는 스스로를 여행중독자라 말합니다.

각종 잡지에 여행관련 칼럼을 기고하다가

아이를 낳고 8개월 된 딸과 떠난 괌 여행을 시작으로 아이와 함께하게 된 것이지요.

 

 

 

 

 

 

 

 

책은 전반적으로 짜임새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아이와 함께 하는 해외여행의 팁을 먼저 펼친 점이 인상깊습니다.

단순히 나열형으로 정보 전달을 한 것이 아니라

프롤로그처럼 자신의 경험을 펼치며 팁을 제시한 점은

이 책이 지향하는 '수월성'을 느끼게 해줍니다.

 

 

 

 

 

 

 

 

괌, 일본 규슈, 하와이, 도쿄, 홍콩, 방콕, 세부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여행지입니다.

비교적 비행 시간이 짧은 곳이라 처음 아이와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는 곳들이지요.

이 곳들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여행의 노하우를 녹여내는 저자의 글에 독자를 배려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가족 항공권을 초특가로 예약하는 방법,

아이 맞춤형 여행 플랜,

아이 첫 비행기 탑승 등

알찬 내용으로 마지막 부록까지 가득채운,

여행 좋아하는 엄마를 위한 맞춤형 책입니다. :)

다만, 부록에서 좀 더 자세한 정보가 수록되었으면 하는 아쉬운 점은 있었답니다.

팁에 제시되는 내용이 다소 두루뭉술하다는 느낌이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