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생활 모두를 잘 해내고 싶은 나에게, 워킹맘 생존육아

(글 박란희 / 한국경제신문)

 

 

 

 

 

 

 

 

 

 

 

 

 

 

 

 

 

Part.1. 나는 워킹맘이다.

 

 

그 중에도 제법 육아환경이 갖추어진,

어찌보면 복이 많아 분에 넘치는 지원을 받는 워킹맘이다.

게다가 직업적 특성 상, 회사를 다니는 등의 워킹맘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출퇴근 시간이 규칙적이다.

 

 

개인적으로 내 직업에 만족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를 낳고부터'였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에 이만한 직업은 없다고 생각했다.

나 같이 일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가정에까지 충실하고자 마음 먹었을 때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라는 생각을 인지하고부터는.

 

 

나는 아이를 낳고부터, 그 전보다 더 깊어진 감사함으로

더욱 진지하게 학생들을 대하고

더욱 열심히 육아와 가정생활에도 매진할 수 있었다.

 

 

그렇다. 나는 교사이고, 그것도 야간 자율학습이나 보충수업이 없는 초등교사이며

아이가 만 8세가 되기 전까지는 육아휴직을 3년이나 쓸 수 있으며

그 동안 내 자리가 온전히 보전되는 복받은 여자다.

 

 

 

 

 

 

 

 

 

Part.2. 나는 워킹맘이다.

 

 

주말부부로 임신부터 출산, 육아를 하고 있다.

우리는 기약없는 주말부부이다.

 

 

3개월간의 출산휴가 끝에 복직을 선언하며

나의 출근을 위해 친정엄마의 퇴직을 2년이나 앞당긴 불효녀이며

중간에는 몸이 약하신 시어머님의 도움도 네 달이나 받았다.

 

 

산후우울이 극심해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출근.

내가 살기 위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출근을 했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말이 통하는 학생들을 대하며 보람을 느꼈다.

그것으로 나는 가정과 일의 양립을 해낼 수 있었다.

 

 

16개월까지 혼합수유,

잠에 예민한 아이와 그 못지 않게 예민한 엄마는 밤이면 서너 번씩 깨고,

깊이 잠들지 못하는 날들이 2년 가까이 이어졌다.

행여 아이가 아픈 날이면 데리고 자주시겠다는 친정엄마의 도움을 거절하고 혼자 안고 울며 방에서 밤을 지샜다.

퇴근길에 장을 봐서 아이가 먹을 3일치 이유식을 두 솥에 나눠 끓이고

통에 하나씩 덜어 용량을 맞춰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에

아이의 변화를 그때그때 알아차리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일하다 갑자기 분유, 기저귀가 떨어질 때가 되었다 싶으면 후다닥 인터넷 구입을 했다.

자다가도 직장일로 무슨 생각이 떠오르거나

아이와 관련해 처리할 일이 떠오르면 일어나서 해치워야 직성이 풀렸다.

 

 

아이가 아무리 잠을 깨고 잠투정을 해도,

절대 다른 사람의 손에 아이의 잠을 맡기지 않았다.

다음 날 출근해서 겔겔댈 것이 뻔하지만,

그 때는 믹스커피를 원샷하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아이가 첫 기관을 가게 되었을 때,

누구보다도 열심히 알아보았고 마음 졸이며 아이의 적응을 도왔다.

아이가 가진 (변하게 하고 싶지 않은 소중한)기질적 신중함은 여전하지만,

부모의 지지 덕에 명확한 발음으로 크게 말하고 감정표현에 솔직하며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먼저 다가가 "안녕!"이라고 말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

 

 

아이가 발전할 때마다 나는 모든 것을 알고자 했고

아이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직성이 풀리는 엄마였다.

아니, 그것은 지금도 그렇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

 

이 책의 저자는 조선일보 기자로 처절한 워킹맘의 삶을 살아낸 사람이다.

글의 초반에는 워킹맘이 대한민국(목동)에서 아이를 키우기 위한 분투기가 그려져 있고

책 후반부에는 워킹맘의 자녀양육 태도나, 학부모 모임에 참여하는 자세 등

실질적인 조언이 사례들과 함께 구성되어 있다.

 

 

 

 

 

 

 

 

워낙 극단적인 교육열로 유명한 목동의 이야기라

지방에 거주하는 나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워킹맘의 입장에서만 서술하지 않고 전업주부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양쪽을 아우르는 글로 중도를 지키려 한 점이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다만, 이 책의 3/4지점에 이르면 워킹맘 자녀가 엇나가는 사례들이 제시되어 있는데

그것은 꼭 워킹맘의 자녀에게서만 볼 수 있는 사례는 아니기에 아쉬운 부분이었다.

교육현장에서 보면 전업맘이든, 워킹맘이든,

부모의 양육태도에 따라 아이들의 학습습관, 생활태도가 정립되는 경우가 대다수인지라

결국은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또한, 사례가 있어 쉽게 읽힌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네 아이들의 일부 사건을 나열한 듯한 가벼운 느낌은 단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