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학생들과 함께 서평쓰기 수업을, 기찬 딸

-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시리즈 -

(글 김진완 / 그림 김효은 / 시공주니어)

 

 

 

 

 

 

 

 

아마 꾸준히 제 서평을 읽어주신 분들은

제가 독후활동을 기반으로 한 서평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서평은 그 틀을 깨고 저희 반 학생들(5학년)과 함께

서평쓰기 수업에 활용한 내용으로 작성하고자 합니다.

 

 

 

 

 

 

 

 

독후활동은 그 내용과 형식에 따라 독서의 깊이를 더 하고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유아 독서의 수준을 벗어나면 그 어떤 형식을 들이밀어도

학생들은 숙제, 과제, 결과물 제출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물론, 학생 스스로가 독후활동을 원해서 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그림책을 비롯한 각종 책들을 읽어주되

독후활동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아이들의 반응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구요.

심지어 저는 방학 과제물로 학년 공통에 제시된 독후활동조차도

가급적 그 형식을 열어주려 하고 가능하다면 횟수 또한 줄여주려 하는 편입니다.

 

 

 

 

 

 

 

 

그런 제가 이번에 학생들과 함께 독후활동을 한 이유는,

일단 5-2-1단원의 '독서감상문 작성 차시'를

한 단계 더 높인 '서평 작성'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상했기 때문입니다.

5학년이면 수도 없이 독서감상문을 작성해보았을테고 이제는 슬슬 질릴 때가 되는데요.

거기에 약간의 스킬을 더 하면 우리가 쓰는 '서평'이라고 할만한 것을

제법 훌륭하게 써낼 줄 아는 것이 고학년 학생들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학생들과 함께 교육과정에 자료로 활용한 내용을 정리해봅니다.

 

 

 

 

 

 

 

 

서평 쓰기 활동에서 제가 아이들에게 주문한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그림책을 읽을 때 속표지를 반드시 볼 것

2. 그림책의 화풍, 사용재료 등을 볼 것

3. 그림책을 비롯한 각종 책들은 완벽한 결과물이 아님.

그러므로 비판할 점을 찾을 것

4. 독서감상문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내용, 느낌, 생각 등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함

(아직 초등 수준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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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부터 말씀드리면,

아이들은 독서감상문을 쓸 때보다 서평을 쓸 때

더 자부심을 느끼는 듯 했고 즐겁게 보였습니다.

(물론 제가 한껏 격려를 해주긴 했지요.

비판하고 부족한 점을 찾는 것은 전문가들이 하는 일이라며.)

 

 

 

 

 

 

 

 

'감히' 책에 대해 비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스스로 아쉬운 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글로 정선하면서

제법 깊이 있는 글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부족한 점을 독서감상문에 더 하여 서평에 가깝도록 쓰리라 다짐하기도 했지요.

 

 

 

 

 

 

 

 

 

서평쓰기 수업에 활용한 책입니다.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시리즈 중 33번. 기찬 딸입니다.

표지만을 보여주고 어떤 내용일지 상상해보게 합니다.

기차게 일을 잘 하는 딸 이야기라던가,

기차를 운전하는 딸 이야기라던가...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서 시작부터 허용적인 분위기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와 한 아이가 기차를 기다립니다.

잠시 후, 기차가 등장하지요.

현대식, 아주 빠른, 깔끔한, 그런 기차입니다.

 

 

 

 

 

 

 

 

학생들은 그림을 읽어내라는 저의 주문을 잊지 않고 있다가 한 마디씩 던집니다.

 

저기 손 잡고 서 있는 엄마랑 아이가 주인공인 것 같아.

옷이 밝은 노랑이야. 눈에 확 들어온다.

 

오, 속도감 있어보인다!

 

저거 수채물감이야, 아니면 색연필이야?

 

와 같이 말이죠.

 

 

 

 

 

 

 

그렇게 두 장을 넘기고 나서야 속표지가 등장합니다.

아이들이 말합니다.

프롤로그! 프롤로그였나봐!

(저희 반 아이들 어휘력 참 좋죠. 하하.)

 

 

 

 

 

 

 

 

손을 꼭 잡은 부부.

여자는 배가 불러있습니다.

아이가 나오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기차는 눈보라치는 그 날.

마을 근처에서 멈춰 아이를 낳을 준비를 돕습니다.

아저씨들은 눈밭을 구르며 인가로 뜨거운 물을 구하러 달려가죠.

프롤로그에 등장한 오늘날의 빠른 기차가 아닙니다.

옛날, 느린, 정감 있는, 시끌벅적한 기차입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정감있고 따뜻한 마음이 가득한데 일일이 적지는 않겠습니다.

 

 

 

 

 

 

 

무사히 아이를 낳고,

기차 안 사람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축하를 합니다.

어두운 밤, 눈보라가 치던 그 밤.

기차 안은 축제분위기입니다.

작가는 밖에서 기차 안을 들여다보는 듯 구도를 잡아냈습니다.

게다가 뒤섞인 사람들이지만 표정만큼은 살아있게 하여

독자가 쉽게 흥겹고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아, 기차 안에서 낳은 그 아이는

프롤로그에 등장했던 노란 옷을 입은 그 엄마였군요.

그리고 손을 잡은 딸이 자기 엄마를 소개하고 있구요.

학생들은 여기에서 "아아- 그랬구나!"를 연발합니다.

 

 

 

 

 

 

 

 

 

글을 다 읽어주고 나서 앞, 뒤의 그림을 다시 보여줍니다.

학생들이 놀랍니다.

처음에는 눈이 덮이지 않은 기찻길인데 뒤에는 눈이 덮여있다고 말이죠.

작가들은 이런 곳에도 특별한 장치들을 해놓았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러니 늘 눈여겨보고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이죠.

그러고나서 본격적으로 서평을 쓰기 시작합니다.

 

 

 

 

 

 

 

 

 

실물화상기로 보여주며 읽어주었기에 그림을 자세히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앞에 나와 책을 찬찬히 넘겨보며 써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제 나름 진지하게 서평을 씁니다.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A4용지를 절반으로 잘라주었고

많은 아이들이 가득 채워 작성했습니다.

 

 

 

 

 

 

 

 

  

  

 

아이들의 서평 중 일부입니다.

어른들이 쓰는 서평이나 독후록에 쓰는 양보다 훨씬 짧지만

평소에 쓰지 않아 본 방법이었기에 아이들 나름 애쓰고 작성한 결과입니다.

전체보다는 문장 하나하나를 보면 '아이들이 이런 생각도 했어?' 하고 놀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본격적으로 서평을 작성하는 스킬을 가르쳤다기 보다는

독서감상문에 비판적 시각을 담을 수도 있다는 것을 중점으로 하여 지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