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현실에서 소외되어 이방인이 되고자 혹은 되고 싶어 되는 이들은 없을게다.그러나 설상가상으로 그런 생각이 불현듯 스칠때가 있으리라 생각된다.그럴때마다 일순간 나이기를 잠시 내려놓고 타인이기를 바래보는 소망을 해 봄직 하다.것이 우리네 인생이란 놀이터이자 전쟁터다.하여 그것에서 비상구를 찾기 마련이다.나는 나만의 방법에 만족해 한다.바로 '책 읽기'이다.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틈새가 보일때마다  독서 삼매경에 빠져 버린다.장르 불문하고 그 순간만큼은 올곧이 부러운 혹은 두려운 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헌데 소설을 읽다보면 굳이 그러하겠다라는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내심 그 주인공이 나인냥 감정이입이 심히 되는 또는 가상 캐릭터로 내가 등장하는 장을 허락없이 만들기도 한다.어쩌겠는가,나 자신을 상상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나이고 내 생각과 가치관이나 이상을 작가의 도움 없이도 존재성과 타당성을 가미시키는 것도 분명 나일테니 말이다.하지만 소설은 진실성과 허구성에서 자칫 혼란을 빚어내곤 하지만 그 관점을 새로이 정립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나는 되려 읽으면서 책 속의 인물과  아무런 관계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중첩된 기억을 찾아 내밀한 내 삶을 접목시켜 보곤 한다.

이때 치열하게 살고,장렬하게 죽은 명작 속의 인생들이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첫 장을 넘기기 이전부터 몹시도 설레였던 것을 말하고 싶다.'서지문의 소설 속 인생'은  서구의 근대화 과정에서 오는 적잖은 충격과 동양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18~20세기 영국에서 발표한 20편의 명작소설을 독자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영화평과 맞물려 각 평론가들의 개성만점의 톡톡 튀는 한마디,한마디가 어우러져 소설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는 듯 하다.허나 여럿이 아닌 저자 홀로이 영국 소설을 통해 시대적 흐름과 산업혁명과 과학의 발전에 영향을 끼친 인물과 사조를 집대성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책 속에 수록된 ‘클러리사 할로’ ‘톰 존스’ ‘트리스트럼 샌디’ 같은 모험소설과 ‘오만과 편견’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같은 연애소설 그리고 ‘율리시스’ ‘댈러웨이 부인’ 같은 전위소설의 재미와 의미를 다각도로 풀어 보이고 있음에 읽는 독자로 하여금 해석의 즐거움을 맛 보게 해 주고 있음이다.개중(個中)에는 내용 이해가 아니되서 두세번을 연거푸 읽어야만 했던 소설도 포함되어 있고 혹은 모험심 강하고 해박한 지식과 더불어 주인공에게 느끼는 동질적 유대감을 떨쳐버리지 못해 그렇게 손에서 떼내지 못해 읽어내려 간 소설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그런 반면에 예술의 모순이 자리한다고 생각하는 내게 저자의 추가적 도움글들이 꽤나 친절한 장을 마련해 주었다.

실상 다듬고 보완해 책으로 엮었다 하지만 그 명작만을 골라 임팩트 있게 편집 해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무한한 즐거움과 지혜와 위안을 더불어 얻을 수 있게 한 저자의 강한 자긍심과 긍지가 이 책을 완성케 하는 힘이 아니였나 싶다.컬럼의 눈높이를 그 대상에 맞추려 노력했다는 부분도 그러하고 수록된 작품들에 대한 이해도를 돕기 위한 노력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음에 내 자신에게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서 소설 속 주인공처럼 삶의 가치에 집중하고 치열하게 살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나만의 현실 속 인생을 멋드러지게 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