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곳 아고라에 2년 가까이 글을 올려 왔지만 이렇게 인사로 시작하기는
처음입니다. ㅎ
오늘 제가 제일 어려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자꾸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큰일입니다.

보시다시피 책이 나왔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이곳 아고라 이야기방에 글을 올리면서
저에게는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행복한 시간 쭉
이어가겠습니다.

처음 출판 제의를 받고 조금 망설였습니다.
"내 글이 왜 출판을.......에서 시작해서 개망신..ㅋㅋ" 까지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했습니다.
이때 가족들과 상의를 하면서 4학년 딸아이의 한마디에 용기를 냈습니다.
"아빠..난 아빠의 책이 우리 집 책꽂이에 꽂혀 있으면 참 행복 할거 같고
다른 사람들 집 책꽂이에 아빠의 책이 있다고 생각하면 참 아빠가
자랑스러울 거 같아"

딸아이의 이 한마디에 용기를 내서 4월부터 시작했습니다.
1차..2차..3차의 교정 작업을 거치고 책이 완성돼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처음으로 책을 받아 봤을 때...
처음 느낀 감정은 [이 책은 나만의 책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단지 황무지의 땅을 제공했을 뿐이고 그 위에 편집장님이 튼튼하고
예쁜 집을 설계하시고 디자인팀에서 멋진 집을 완성해주고 화백님께서
예쁜 그림으로 색칠을 해주셨습니다.

저만의 글이었다면 제가 이렇게 제 글을 소개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수고와 땀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책이기에 여러분 앞에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이렇게 책 소개를 했습니다.^^
자꾸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책 소개는 여기까지만 하고 저희 가족들 반응
소개하겠습니다. ㅎㅎ

"아버지 저 책 나왔어요"
"..."
"아버지 저 책 나왔다니까요"
"회사는?"
"네? 회사요? 회사야 당연히 다니죠"
"그럼 됐다. 시잘때기 없는 짓하고 돌아 댕기더라도 회사는 꼭 댕기라"
".........네"

"어머니 저 책 나왔어요"
"애들이 그러는데 요강 얘기도 썼다며?"
"아...네...그 얘기도 책에 있을 거에요"
"아이고~~남사스럽고로...우대 쓸 얘기가 없어서 요강단지 얘기까지 쓰노?"
"집에 없는 금송아지 얘기를 쓴 것도 아니고 집에 버젓이 있는 요강 얘기
쓴 게 뭐 어때서요?"
"지랄하고 안있나....문디자슥 동네 챙피하그로..."
"......죄송합니다." ㅋ

"송이야 아빠 책 나왔다"
"아빠 축하해"
"역시 우리 딸내미밖에 없다~~~"
"아빠 책 세 권만 줘..한 권은 3학년 때 선생님 또 한 권은 지금 선생님 그리고
한권은 항상 책가방 속에 가지고 다니게"
"음...송이야...뭐 뜻을 고마운데...너 용돈으로 사서 드려라"
"아빠 치사하게.."
"송이야..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사서 봐라 ㅎㅎ"
"....."

"형우야 아빠 책 나왔다"
"아빠 트랜스포머 언제 볼 거야"
"형우야 일단 아빠 책이 먼저잖냐? 책이 나왔다니까."
"아빠 책이야 저번에 수정본 볼 때 대충 봤잖아..요번주에 트랜스포머 보여줄거야?"
"야 짜식아~~수정본 종이하고 지금 이 책이 같냐?"
"아빠..뭐 그게 그거지"
"그럼 짜식아 트랜스포머 왜 극장에서 보냐? 나중에 테레비에서 주말의 명화로
할거니까 그 때 봐라 짜식아...아마 너 군대 갈 때쯤 되면 할 거다. 그때 봐~~"
"..."

"여보 드디어 책 나왔어"
"여보 축하해..그리고 수고했어"
"뭐..수고까지야"
"여보..근데 저번에 계약금 당신 통장으로 들어왔잖아...이제 인세 나오면
내 통장으로 좀 붙여 달라고 출판사에 얘기 좀 하지"
"내가 글 써서 출판됐는데 왜 너 통장으로 돈을 달라고 그러냐?"
"물론 자기가 글은 썼지만 글 속에 제일 많이 등장하는 사람이 누구야? 나잖아
그러니까 인세는 내가 받아야지"
"뭔 소리야....그럼 이솝우화는 뭐 호랑이하고 여우가 인세 받냐?"
이때 잠시 고민하던 아내가 말합니다.
"그럼 이솝이 인세 받았다는 얘기 들어 봤어?"
"......"
"그러니까 잔말 말고 시키는 데로 하세요 서방님~~~~"ㅎㅎㅎ

이렇게 우리 가족 이야기 할 수 있게 장을 마련해 주신 아고라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리고 그리고 모험 아닌 모험을 하신 큰솔 출판사 편집장님, 직원분들에게
깊은 감사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아고리언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평범한 우리 가족에게 작은...아니 아주 큰 행복
만들어주신 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여름 보내세요.~~~

http://blog.naver.com/agora_nayana/150055043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