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출간된 지 다소 오래된 책이라, 도올선생이 강의 때 든 실례중에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이 있는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일본 도요타의 성공비결은, 도올선생이 강의할 때와는 다르게, 비도적인 기업행태로 인해 지금 미국에서 줄줄이 소송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점 빼고는, 이 분의 <중용>강의는 2011년인 지금의 우리가 꼼꼼히 읽고, 되새김하기에 충분한 내용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중용>강의가 서술식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도올선생의 제자들이 그의 강의를 그대로 옮긴 형식이기때문에, 현장감이 있고, 글을 읽다 보면 도올선생의 특유한 하이톤의 찢어지는 목소리와, 흥분하면 터져나오는 비속어들, 그리고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 비판들이 마치 내가 강의를 현장에서 듣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저절로 들고, 그래서 훨씬 더 잘 이해가 된다.

 

이전에 <논어>와 <사기열전> 등을 읽었는 데, 내용은  교훈적이지만, 너무 어려워서, 읽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이 들었던 것에 비하면, 이 책의 주제인 '중용'은 여러가지 예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강의를 해주신 도올선생님 덕분에 많은 것을 느끼고 내 삶을 돌아보게 한 계기가 된 것 같다.

 

 내가 존경하고 싶은 것은, 배움에 대해서, 정통을 고수하신다는 것, 단지 유명세를 타기 위한 일부 한량스러운 지식인들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시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중국,일본, 한국, 미국이라는 지역에 대해서, 교육, 철학,정치, 언어, 문학,인문, 사회에 대해서 정말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진심으로 느껴진다.

 

 실질적으로 도올선생은 대만에서, 미국에서,일본에서 유학을 하셨고, 각 나라의 고유 언어를 숙달해서, 현지에서 목표한 학문을 독파하신 것 같다.

 

 책 내용 중간중간에 나오는 중국어 어휘, 어법, 음성에 관한 부분은, 중국어 전공자로서, 감탄할 정도로 정확하게 알고 계셨다. 뭐든지 배울려면, 제대로,정석으로 해야된다는 걸 도올선생의 강의를 통해 느꼈고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럼,본론으로 들어가서, <중용>이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메세지는 무엇일까?

 

 평범한 것에서 깨달음을 얻고, 자기의 위치에 맞게 행하라는 게 아닐까?

가장 심오한 진리는 거창한게 아니라, 가장 평범한 것이고, 평범하기때문에 우리가 간과할 수 있으며,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든다.

 

 사람의 본성 중에는 남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고 한다. 특히 한국사람에게 성공의 의미는 남보다 더 잘나고, 내가 더 잘 보이고 싶다는 느낌이 특히 강하다는 걸, 한 심리학 관련책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이런 본성과,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 나의 능력을 과시하지 않고, 명예와 부를 추구하려고 하기보다, 자기의 본분을 지키고, 은인자중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삶을 취하는 자가 공자가 말한 '군자'라는 칭호를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도 인상에 남는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이냐?'라는 것,

 

남들은 활쏘기에서 과녁 자체가, 축구에서 골 자체가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는 데, 과녁과, 골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내가 활를 쏜다는 행위, 골대에 골을 넣은 내 자신의 스킬을 통해 목적이 달성되는 것이라고.

 

모든 목적와 의미는 내 자신에 내재되어 있는 데, 우리는 너무 외부에서, 아주 휘황찬란하거나, 거창하거나, 위험천만한 것에 의미가 있고, 목적이 있다고 착각하고, 진정한 본질을 보지 못한다는 말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많은 부류의 지식인이 있다. 박학다식하지만, 세상을 방관하는 자, 명예와 부를 위해, 수단으로 학자라는 지위에 있는 자, 아니면, 빽으로 운 좋게, 겉핧기 지식을 가지고, 유명세를 타는 자, 그리고, 자기의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세상의 흐름을 보고, 참여하는 자..

 

도올선생은 제일 후자쪽에 계신 분이 아닐까 싶다.

 

책 곳곳에 나오는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은  정곡을 찌른다.

 

	모든 교육 이론의 궁극적인 핵심은 가르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내재하는 본성을 어떻게 발현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페이지 : 97

 

	인간은 결국 소박하게 살 수밖에 없는 데 지금의 문명은 자꾸만 잡스럽게 치닫고 있습니다. 어떤 결과를 초대할지도 모르고 마구 까불어 대기만 하는거죠.
페이지 : 162

 

	역사의 목표는 필름이 우리의 바깥에 설정되어 있는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니예요. 다시 말하면 역사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 필름의 파노라마가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액터(actor) 들이 참여해서 그 플롯 자체를 계속 재구성해 나가면서 영화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란 말예요.   여러분 자체가 갇(God)이요, 천지입니다.여러분 자체의 행동이 주체적으로 천지의 법칙을 결정해 나가는 것입니다. 우주의 드라마는 쌍방적이며 인터액티브(interactive)하며 상황적이며 조절적이며 형성적이며 과정적입니다.   이것이 중용적 세계괸의 중요한 측면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페이지 : 206

 

	보통 问学라고 하는 데 학문이란 학과 문, 즉 문장을 짓고 그런게 아니라 "묻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 바로 "학문"이지요. 질문이 없으면 지식이 생겨날 수  없습니다.
페이지 : 223

 

	중용은 개념적 지식이 아니라 상황적,심미적, 실천적 판단입니다.
페이지 : 232

 

	죽음에 이르러도 초지일관 자기지조를 잃지 않는 그것이 바로 중용입니다.
페이지 : 250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다 해도 제도 자체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 좋은 제도가 좋게끔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적 토양이 일궈져야만 하는데, 그걸 뒷받침하는 것은 가정교육 밖에는 없어요.
페이지 : 275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그 상황에서 자득해낼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군자다" 라는 것이 중용의 군자론의 핵심입니다.
페이지 : 314

 

	인생의 성패는 그런 위험한 짓을 하는데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평이한 일에 정확히 나의 공력을 다함으로써 천명을 기다리는 데 있는 것입니다. 삶의 어드벤쳐는 오히려 천명을 기다리는 데 있습니다. 허나 인간은 쉬운 일에서 평이한 일에서 천기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낙오자가 되는 것이지 기발한 한껀수를 잡지 못해서 실패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페이지 : 325

 

	내 몸 밖에 있는 그런 과녁은 목적도 아니고 결과도 아닙니다. 그것은 나의 몸의 역동적 과정을 유도하는 한 방편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항상 내 몸에서 확인하고 반추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페이지 : 329~330

 

도올, 김용옥, 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