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작품을 접했던 때가 아주 오래전이였는데, 다시 보게된 이 작품은 그때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을 느꼈다. 당시에는 그냥 시시하기만 하고 별다른 특징이 없는 이 작품을 사람들이 왜 명작이라 이야기 하는지 전혀 알거나 느낄수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보게된 이 작품은 몇차례를 뛰어넘은 번역의 수준이라던지, 아님 이 소설을 단순한 추리소설에 공식에 대입하지 않고 보게 되어서 그런것인지, 작품 전반에서 느껴지는 냉소적이면서도 우울한 분위기, 그럼에도 묘하게 밉거나 싫어할수 없는 성격의 주인공 필립 말로에게 더욱 몰입되는것을 느끼면서 참으로 괜찮은 느낌의 작품이라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작품은 주인공의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며 그 주인공이 바라보게 되는 사회 구조의 부조리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들을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주인공의 뛰어난 추리 능력이나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 보다는 주인공이 몸으로 부딪히며 겪게되는 사건의 흐름을 소설속에서는 생생하게 그리고 있어 소설의 몰입도가 참 대단한 작품이라는 것을 개인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 쓰여진 인물들의 속임수나 트릭은 사실 무릎을 치며 감탄할 만큼 대단하게 기발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일들을 벌이고 저지른 인물들에 대해 냉소적이면서도 감정적이고 서정적인 묘사는 왜 이 작품이 단순한 추리소설로써가 아닌 미국 순수 문학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인지를 알게 해주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챈들러 소설의 특징 중에 말로가 격투나 만취상태 이후에 정신을 차리게 되는 과정을 상당히 길면서도 특징있게 묘사한 부분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이 소설을 읽어보니 참으로 그러한 소소한 부분까지도 리얼하게 묘사하는 작가의 능력 덕분에 인물에 대한 독자의 몰입도나 공감이 저절로 생겨나 작품이 꼭 살아있는것과 같은 생생한 리얼리즘을 느끼게 하는 장점이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정통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또다른 분위기를 주는 작품임과 동시에 그러한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수 있는 몇 안되는 작품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며 이 책의 제목인 "안녕! 내 사랑" 이 참 마음에 쏙 든다는 개인적인 생각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당시 부패가 만연한 L.A에 살고있는 고독한 사립탐정 말로의 매력에 쏙 빠지지 않을수 없게 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