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술 트릭" 이라는 특이한 작법으로 유명한 오리하라 이치 의 대표작인 "도착의 론도" 를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의 제목인 "도착" 의 "론도" 를 풀이해 보자면 "도착 = 병적인 집착" 의 "론도 = 음악용어로써 주제가 삽입부를 사이에 두고 반복하여 나타나는 형식으로 쓰여진 곡" 이라는 뜻으로 쉽게 얘기하자면 "반복되어지는 병적인 집착" 정도가 되겠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정말 더할나위없이 딱 들어맞는 적절한 제목이 아닐수 없다.

그리고 이 책에서 사용된 서술트릭이란 오로지 작가의 서술만으로 독자들을 속여 넘기는 기법을 말한다.

이 기법은 소설속 화자를 이용하여 독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기법으로 단순하게 생각해 보아도 보통의 내공이 쌓이지 않으면 구사할수 없는 고차원적인 소설의 기법이라는 것을 쉽게 추측할수 있을것이다.

"애크로이드 살인" 이나 "살육에 이르는 병" 그리고 "벚꽃이 피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 하네" 등이 이러한 소설에 속한다 할수 있겠다. 

하지만 이 서술트릭이라는 것이 독자들의 취향에 따라 정말 기발하고 재기 발랄한 기법이라 느끼는 사람과 작가가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독자를 단순히 기만하고 속여넘기기 위해 사용된 기법이라 생각하고 기분 나빠하며 그리 좋아하지 않는 "호불호" 가 분명한 방식의 추리소설 기법이다.

이 책 "도착의 론도" 또한 이러한 서술트릭을 사용한 소설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만큼 추리소설 매니아들로부터 말이 많은 작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서술 트릭이라는 기법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간에 이 소설을 읽고 난 후에는 일단은 감탄을 하지 않을수 없을것 같다.

소설의 내용은 꽤 단순한 편이다.

일본 월간 추리 신인상에 응모하기 위해 작품을 쓰던 야마모토가 "환상의 여인" 이라는 자신이 보기에도 최고의 걸작을 써내게 되고 이 작품을 친구 기도가 전철안에서 부주의로 원고를 잃어버리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우연히 이 소설을 줍게된 나가시마라는 사람이 이 소설이 대단한 작품임을 깨닭고 자신의 이름으로 이 소설을 응모하고자 원작자인 야마모토를 살해하려 하다가 원작자로 오해한 기도를 살해하게 되고 이를 눈치챈 야마모토가 나가시마를 파멸에 몰아넣는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대략의 내용만을 놓고 본다면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할수도 있겠지만, 서술 트릭이라는 어찌보면 머리 아플것 같은 고차원적인 소설 기법을 단순한 사건과 서너명으로 한정된 인물들의 서술로 소설이 이루어 지고 있어서 읽기에도 편하면서 엄청난 흡인력을 발휘하는 소설이다.

마지막에는 트릭에 대한 해설도 덧붙여 주고 있어 소설에 대한 이해도와 만족도를 한층 높여주는 친절함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소설의 마지막 해설 부분이 없었다면 나도 이게 무슨 내용인가 난감해 하며 속으로 욕하면서 책을 덮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이 1989년도의 작품이라고 하니 참 일본이라는 나라의 추리소설 장르에 깊이에 대해 솔직히 얘기해서 놀라움과 부러움을 함께 가질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