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현 실정에 맞게 소개한 책이라 여겼다. 연암 박지원의 필력은 그의 유명한 소설들이 교과서에 실리곤 하여 이미 인정받았거니 했지만 체감되었던 것은 얼마전에 읽었던 고전연구회간행의 책에 발췌된 그의 짧은 글들을 통해서였다. 연암에 대한 연구는 다른 고전문학가들에 비한다면 많이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다. 글쓰기가 새로운 테마로 떠오르고 있는 요즈음에 그의 글쓰기 작법에서 좋은 지침을 발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제목에 눈길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의 제작 아이디어는 사뭇 신선하다. 그런데 책장을 들추니 이건 글쓰기작법의 설명글이 아니었다. 소설이었다. 연암의 소설처럼 재밌게 읽어나갈 수 있는 이갸기였다. 후기에 보니 작가는 팩션기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연암의 아들 박종채는 실물이지만 이야기의 주인공 지문이나 연수나 하는 등장인물은 가상이다. 글쓰기는 이렇게 하라는 주장글이나 설명글이 가져올 따분함을 어찌 미리 알고 이 책은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으로 딱딱한 글쓰기의 첫관문을 열어놓고 있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예리한 구상과 철저한 준비라는 기획력이 반짝이는 책이 분명하다.

 

이 책에서  이야기라는 흐름과 글쓰기작법의 지침이라는 두가지 줄기를 따라가는 과정에 연암의 아들 종채가 맡은 역할이 돋보인다. 그는 아버지의 글을 모아 정리해 책을 내려고 하는데 글이 잘 써지지 않아 고민하는 모습이나 지문이 주고간 연암협일기를 읽어가며 아버지의 글의 진위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는 면이나 글쓰기 방법의 진수를 하나둘 깨쳐가는 모습에서 무척 재미있고 어떻게 보면 귀엽기까지 하다. 종채는 이야기에 나오는 글쓰기 방법을 다시 정리해주고 이야기의 사실감을 더해주는 해석자의 역할을 맡는다.

 

연암협일기의 마지막이 지문과 연암이 다투고 등을 돌리게되는 줄거리여서 약간 황당하였는데, 종채의 책읽기가 끝난 다음에 다시 찾아온 지문이 그 뒷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갈등은 해소되었다. 이야기자체로만 보면 앞선 연암과 초정등이 등장하면서 이끌어진 선문답의 과정이 흥미로웠던지라 그 시무룩한 결말에 아쉬운 면이 있다. 글쓰기법칙은 우선 정밀한독서와 관찰과 통찰, 그리고 변과 간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다. 병법에 글쓰기를 비유하여 11가지수칙을 제시하였고 이어 사마천이 사기를 쓸 때의 심정을 헤아리듯 글쓰기의 자세를 가르친다. 연암식의 글쓰기방법은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다. 교육평가원에서 발행한 논술지침서와 비교하면 차이도 많이 날 것이다. 요즘의 논술작법에 비하면 연암의 글쓰기는 책에서도 누누히 강조되듯이 과문에 통달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연암자신이 귀히 여겼던 소설작법에 가깝지 않을까 싶기도하다. 그렇더라도 과거의 멋진 문학가로부터 실감나는 글쓰기 조언을 듣는 일은 행복하고 감미로운 시간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