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작가는 국내에만도 벌써 여러권의 책을 출간해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미국문화권에 있는 우리이긴하지만 전세계에 이 비슷하게 책을 출간해 팔았다면 꽤 많은 돈을 벌었음에 틀림없다. 소설가나 시인이 아니고 책을 써서 먹고 사는 직업의 사람들이 상당한 수가 있다.  일군의 사람들은 유명한 기업인이나 정치가들의 전기나 자서전을 써주는 일로 거액을 챙기기도 하는 것 같다. 또는 열심히 귀중한 역사자료나 숨겨진 희귀 자료를 수집해 넌픽션 분야에서 공로를 남기는 예도 있었다. 일단 책을 써서 그냥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베스트, 밀리언 셀러로 만들어 많은 돈을 벌겠다고 작정하면 독특한 구상에서 재미있게 써야 독자들의 시선을 끌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어디에 속할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는 표지에 나온 그의 외모처럼 정말 두꺼운 책을 쓴다. 양으로 먼저 승부한다. 또 이어서 카테고리 역시 큼직한 것을 골라 모든 것을 망라하려는 거대한 의욕을 보여주었다. 이런 책을 쓰자면 자료조사와 문헌발췌에 사용되는 시간이 무척 길 것이란 생각이다. 아예 도서관의 한 귀퉁이를 세내거나 도서관 사서장님의 은혜를 입어 특별실에 기거하는 은총을 받아야하지 않을까. 

책이란 무얼까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책을 쓰잡시고 준비하다가 귀하게 구한 자료들을 쳐다보다가 도저히 책내용에서 제외하기엔 억울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레저레 그런 자료들을 놓칠 수 없어 다 섞다가 보면 의도와는 다른 좀 특이한 짬뽕이 탄생하지는 않을까. 논문을 쓰다가 범하는 가장 적나라한 오류가 바로 이런 점이다. 약간 짖궃게 표현하자면 이 작가는 욕심이 과했다. 이 책은 번역서이름이 영어산책인데 원서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이다. 머리말에서 작가는 영어 어원을 알려면 사회 현상 모든 것을 망라해야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영어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의도에서 출발해 미국산의 모든 것을 버무려 놓는 업적(?)을 낳은 것이다. 책이란 무언가. 엿장수 마음처럼 책쓰는 사람의 마음대로 쓰여진 어떤 것일까. 그렇다면 이 책도 책이다. 단지 잡학사전에 가깝다는 부언을 둔다면.  나는 이 책을 중간쯤 보다가 다른책 대여섯권을 먼저 읽고 나머지 반을 읽었다. 지루하기보다는 먼저 읽어야 할 책이 있어서이긴 했지만 책의 두께는 보통사람을 질리게 만들기 충분하다. 그렇다고 책이 어려운 건 아니다(글쎄 어떤 면에선 이렇게 중구난방의 책이 내게는 가장 어려운 책일지도 모르겠다). 시시콜콜이란 단어가 딱이라고 할 정도로 시시콜콜 다방면의 에피소드가 열거되어 있다. 작가의 생각은 거의 찾아 볼수 없다. 누군가 작가의 생각은 글이 쓰여진 순서나 발췌부의 선택이라든가, 목차라든가, 사진자료의 선택이라든가에 암묵적으로 드러난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절대로 가치중립이란 허울 좋은 말과는 거리가 멀다, 아주 멀다. 

이렇게 되면 작가는 뭔가에 쫒기지 않았나하는 생각뿐이다. 먹고사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셨다는 거다. 편한게 좋은 거고 두루두루 날카롭지 않고 두루뭉실한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 한권씩 사두고 심심할 때, 또는 미국관련한 작은 의문점이 하나씩 생길 때 찾아보는 책이라면 추천한다. 그런데 한번에 읽고 반납해야하는 대출도서였다면 아주 불리한 상황이 된다. 솔직히 책장을 다 넘기고 난 후 기억에 남은 건 켈로그와 포스트에 관한 이야기와 라이트 형제가 키티호크에서 최초로 비행을 한 얘기정도다. 내 머리속 어딘가 그의 잡설이 제법 많이 남아 있어서 퀴즈 프로그램보다가 슬쩍 나도 모르게 정답이라도 말할 수 있게 되면 성공이겠다. 참고로  이 책의 원서는 1994년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