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 무슨 생각하고 있어요? ♡♥

니콜 드뷔롱 지음 / 박경혜 옮김 (푸른길)

니콜 드뷔롱 작가의 “당신 내 말 듣고 있어요?”를 읽은 뒤라 한결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나도 책을 읽을 때는 항상 연필과 노트를 곁에 두곤 하는데 니콜 드뷔롱도 최첨단 기계보다 볼펜이 좋다고 하시니 괜히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난  머릿속 생각을 한자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급하게 연필로 알아볼 정도로만 휘갈겨 쓰는 편이다.

학창 시절 교내 글쓰기 대회나 각종 백일장이 열리면 그냥 참가를 했는데 작은 결과가 있곤 해서 그냥 글쓰는게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중에 내가 쓴 책을 꼭 출간하고 싶단 거창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부끄럽게도 아니지만....

《 남자가 어두운 표정으로 썩은 동태눈을 하고 당신에게 아무 생각도 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남자” 알렉상드르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갑자기 은퇴를 통보 받게 되고  “당신” 티틴은 여러 가지의 은퇴 후에 할거리에 대해 제안을 기분 맞추며 남자에게 해본다. 하지만 회사에서 마련해준 아파트와 회사 차 세단과 기사 야야도 이제 모두 반납해야함에 제기랄, 젠장, 젠장칠, 젠장맞을, 빌어먹을....이란 말이 튀어 나와 버리는 당신. 넘 솔직해서 오히려 정이 가는 당신이다. 남자의 체통없다는 한마디에 제기랄을 외국어로 바꾸겠다고 하면서 책을 읽는내내 다양한 나라의 제기랄이란 욕을 표현하고 있다

치에, 미에르다, 크하라, 가브노, 셰이스, 퀵, 타 마 데, 칵, 폭, 두 메, 쥴라, 타티, 에잔, 메르다, 스트론트...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렇게 많은 나라의 욕을 안다는게.

38년간의 결혼 생활동안 남자와 당신은 하루 중에 할 일이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은퇴라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 당신이 글을 쓰는 오후에 남자는 방해를 하는 장애물에 불과한 신세가 되어버린다. 30년간 글을 써온 당신은 지금 쓰는 추리소설을 하루에 10장씩 쓰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겨 어떻게든 당신 곁에서 남자를 떼어낼 생각을 연구한다. 그러다 남자에게 그냥 던진 쇼핑센터에 장을 보는걸 기꺼이 다녀 오기로 한다. 처음 장을 보고 주차장에서 차를 찾는데 쩔쩔매는 모습에 너무나 우습다. 그리고 감자를 루이뷔통 서류가방에 억지로 넣어오는 생뚱맞은 고집도 웃긴다. 어쩌면 알렉상드르보다 우리 남편이 장을 더 잘 볼 것 같다. 해보지 않았고 관심도 없던 일을 해보면서 일외에 자신이 모르는게 참 많았음을 새삼 알게 되는 남자.

많은 시간이 주어지자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남자를 보면서 내 남편도 워크홀릭에 빠져 있다 일을 빼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뭘까? 하는 궁금함이 생겼다. 정년이 되어 이제 더 이상 회사에 나오지 말라고 무언의 압력을 받을 때 기분이 어떨까? 지금은 늦게 퇴근해서 온다고 투덜거리지만 하루 종일 함께 있으면 주부로서, 엄마로서의 온전한 시간에 방해받는 걸 나또한 힘겨워하겠지 싶다.

중간 중간 당신이 작가로서 쓰는 추리 소설 ‘트로카데로의 식인마’가 서서히 완성이 되어 가는 걸 읽는 재미도 흥미롭다. 남자는 서서히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남자만의 주방 공간을 만들어 가족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준다. 남자의 음식을 맛있다고 평해주는 당신을 주방 식탁에 눕혀 과감한 애정 표현도 하는 남자는 분명 은퇴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어 오히려 행복한 점도 있다.

소설의 마무리에 온통 정신이 팔려 남자를 좀 더 밖에 머무르게 하고자 당신은 아르투르에게 부탁하여 남자도 골프를 배우는데 의도적으로 다가온 여자의 꼬임에 빠져 잠깐의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이혼을 결심한 당신 티탄은 며칠동안 베개를 적시며 괴로워하지만 결국은 두 사람의 굳건하고 진실한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현재 아이들을 키우면서 노후 대비를 제대로 하고 있나 가끔은 생각하지만 이 책을 덮으면서 만약 나에게 티탄과 같은 상황이 생긴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 하는 고민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