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읽어 내려간 1권을 덮자마자 2권을 찾아 펼쳐 들었다.

어진화사를 망친 대가로 윤복은 4년만에 돌아온 쓸쓸한 화실은 곧 폐허처럼 조락한 아버지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아들 윤복이를 통해서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자 했던 아버지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고 도제들은 온데간데 없었다.

신한평은 윤복에게 늙은 욕망을 위해 아들을 팔아 먹는 더러운 거래라도 좋다면서 폐허 같은 화실을 예전처럼 돌려 놓고 싶어하고 이 재앙은 윤복이가 자초한것이니 김조년의 화실로 들어가길 바라고 윤복은 들어가기로 결심을 한다.

김조년은 윤복에게 "돈으로 재능을 살수는 없지만 재능을 최대한 키워줄 수는 있겠지."라는 말을 한다.

신윤복이 김조년의 화실로 들어간 이유는 아버지의 간절한 청을 들어주기 위함일 수 있으나 결국 주상이 찾아 달라는 어진화사의 그림을 찾고자 함이고 자신이 사랑한 정향을 우연히라도 먼발치에서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청금상련>의 그리을 본 홍도가 윤복의 재능을 속된 그림을 그리게 만들었다며 안타까워 하자 윤복은 이 연회 장면은 일부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 기막힌 소재라면서 답을 한다. 그리고 홍도가 이 그림의 주인은 가야금을 치는 금기(정향)임을 알아 차리자 흠칫 놀란다.

윤복의 아버지 한평의 화실은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았고 홍도는 윤복이 즐겨하던 그림자 놀이를 부친에게서 배웠다는 말을 한평에게 하고...

결국 윤복이는 홍도의 친구인 서징의 아들이였는데 서징이 죽자 신한평이 6살때 데리고 와서 자신의 아들로 키운 것이였다. 그림자 놀이를 배운 것도 윤복이의 행동이 서징과 많이 닮아 있음을 홍도는 알아냈다.

김조년의 집에서 화사는 자주 있었고 그 그림을 읽어내는 김조년의 감식안은 정말 뛰어났다. 새로운 화사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돌아다니면서 본 걸 <연소답청>으로 표현해 낸 걸 보고 김조년은 윤복이 그리고 싶은 느낌을 그려냈음을 단번에 알아 차렸다.

윤복이 한지를 바른 문틀을 세우고 촛불을 뒤쪽으로 옮겨 재상한지를 깔대기 모양으로 촛불 앞에 대자 방안은 곧 어둑해지고 문틀에 불빛이 모였다.  윤복은 두 손으로 날아가는 새와 웃는 남자, 웅크린 고양이와 수줍게 돌아서는 여인, 달리는 다람쥐가 차례차례 문틀에 비치는 걸 보고 붓이 아닌 그림자로 그린 그림에 신통해한다.

그리고 이내 한평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꺼내고 윤복은 아버지 서징이 돌아가시기 전에 도성의 지전에서 새종이를 사왔다는 이야기에 김윤설을 만나 복초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얼굴없는 초상화....얼굴없는 초상화..."

유일한 단서를 보다 겹쳐뜨기? 보았다던 범인의 턱과 코,입, 이마의 칼자국 흉터가 선명한 그림이 나타났다. 

  서징은 닷새 동안 스승의 집을 헤매며 네 명의 목격자를 만났는데 마지막 찾아온 사람이 말을 못하는 벙어리 화원이였던 것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범인의 눈이 없었다.

김홍도와 윤복은 김수명 화실에 있던 그 벙어리 화원을 찾아가서 박리한 그림을 보여주었더니 강수항 화원이 "북향사배"를 하고 날아갈 듯한 처마와 용마루를 지닌 대가집을 그려주었다. 그 집은 중추사 우부제학 김명륜 대감의 집이였다.

김명륜 대감의 집을 찾아 홍도가 그림을 한 점 그려주겠다는 약조를 한 다음에야 강수항 대화원이 도화계 계원들의 초상화를 일부러 눈,코,입술,이마,턱선을 하나씩 다르게 그려서 그 그림 속에 장헌세자의 어진화사를 숨겼던 것이였다

김명륜 대감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김홍도는 <황묘농접>을 -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다’라는 그림. 따사로운 햇빛 아래 주홍빛 털의 고양이와 막 날아오르는 검은 제비나비를 화사한 필치로 생동감있게 그렸다.> 그리고서 그림을 글씨처럼 써서 읽어 하나의 상징을 만들어가는 것을 알게 된 신윤복이 회화 보관실로 이끈다.

그곳에서 아버지가 말씀하신 그 두 그림을 찾아서 의미를 찾다 보니 아침 조(朝)자와 절벽 위의 소나무를 신년이라 읽게 되기에 결국 “신년조?”가 되어 신자를 빼고 보니 년조? 년조? 조년?

김조년??

두 점의 그림을 합해 읽으면...조년지살(朝年之殺), 혹은 의조년사(依朝年死). 조년의 죽음, 조년에 의한 죽음.....”

이 부분을 읽어 내려가면서 정말 추리 소설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숨가쁘게 진행되는 하나씩 밝혀지는 이 대목이 너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윤복은 김조년을 의금부가 아닌 그림으로 철저하게 무너뜨리겠다고 결심을 한다.

화실을 찾은 김조년 앞에 <월야밀회>그림을 보여주게 되고 <이부탐춘>을 정향에게서 건내 받은 김조년은 결국 윤복이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김홍도와 신윤복의 화사대결을 시킨다.

역시 이 장면에서도 김조년의 감식안에 대해 놀라고 또 다시 싸움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일을 꾸며가는 김조년의 철저함에 치가 떨렸다.

신윤복에게는 정향을 주겠다 하고 김홍도에게는 신윤복을 주겠다는 이야기로 화사대결을 펼치지만 결국 무승부가 되고 무승부를 점친 박안식의 입을 통해서 이 화사대결이 처음부터 김조년과 두 화원의 싸움이였음이 밝혀지게 될 때 너무나 통쾌했다.

그리고 신윤복이 김홍도가 색맹임을 알아 낸 이야기도 너무나 흥미로웠다.

또한 <쟁투>라는 화제에 걸맞게 김홍도가 그린 <씨름>과 신윤복이 그린 <쌍검대무>를 번갈아 보면서 그림 속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그림이 제대로 보이는게 참 신기했다.

김조년이 정향을 놓아주지 않을 것을 안 윤복이는 정향과 옷을 바꿔 입고 정향을 떠나 보낸다. 그리고 자신과 너무나 닮아 있는 <미인도>를 완성한다.

홍도가 “그림 그리는 화인을 앞에 두고 마치 옆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거침없는 몸짓이구나. 굳은 자세로 눈알에 핏발이 서도록 반듯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왕의 어진이나 공신 사대부의 권위적 초상으론 꿈도 꾸지 못할 아름다운 파격이다.”

윤복이 대답하길 “여인이 아무도 의식하지 않은 듯 자유로운 것은 그 주위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홍도가 “거울 속에 비친 네 모습을 그린 자화상이더냐?”

저 또한 먼저 읽은 남편에게 자기야 정말 미인도에 그린 사람이 윤복이 자신이야? 하고 물었다가 이건 역사 소설이야..하는 핀잔도 듣고서 궁금증을 남기며 정말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작가의 참신한 상상력에 읽는 내내 참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