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왔을 때 가장 좋아한 사람이 남편이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양보를 하고 이 책을 읽는 걸 본 동료 직원이 또 읽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맨 마지막에 읽게 되었다. 내가 읽는 동안 남편은 뒤 이야기가 궁금해 하는 나에게 얘기해주면 책 안넘어 가니까 그냥 빨리 읽어 넘어가라고 해서 애를 태우며 재미나게 읽었다.

 

 우연히 추석 때 본 "이산"이란 MBC 사극을 보게 되었는데 도화서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서 혹시 "바람의 화원"의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에는 베토벤과 모차르트, 고흐와 고갱, 피카소와 마티스...

 

 한 시대를 풍미한 두 천재의 삶은 늘 매력적이다.

 

 궁중화원 김홍도와 신윤복.

 

 소재나 표현기법으 ㄴ다르지만 18세기 조선 화단의 혁신적 화풍을 이끈 두 천재 화가다. 김홍도가 서민들의 건강한 삶을 단순하고 힘 있는 필치로 그린 반면, 신윤복은 여인들의 내밀한 삶을 세련되고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 중 같은 화제를 다른 방식으로 그린 그들의 그림은 말할 수 없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은 왜 제목과 등장인물조차 같은 그림을 다른 방식으로 그렸을까?

 

 1권의 이야기는 생도청의 교수인 김홍도와 제자인 신윤복의 첫 만남과 신윤복의 도화서의 양식과 법도를 초월한 <기다림>을 그림으로 생도청에서 쫓겨 날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런데 그 그림을 본 김홍도는 단번에 윤복의 남다른 재주를 알아채고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을 영복이(윤복이 형)이라고 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 내용에서 또 한명의 주인공은 단연코 정조이다. 정조는 뒤주에 갇혀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정조는 10년전 도화서 수석화원 강수항과 그 수종화원 서징이 당한 피살사건에 대하여 김홍도에게 다시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옛 기억을 떠올리고 신한평에게 찾아가 김계주 화원장이 왜 사건을 빨리 무마하려 했는지 묻고 서징의 집을 찾아 옆집 아낙에게서 며칠 전부터 여종 행색의 여인과 대갓집 막종, 어린 사내아이가 들렀음을 이야기 듣는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였을까?

 

 놓친 대목이 있었다. 옆집 아낙이 김홍도에게 10년 전 이야기를 들려 줄때 분명히 서징에게 어린 딸이 하나 있다고 했는데..난 전혀 눈치를 못채고 그냥 책의 흐름속으로 무심히 지나쳐 버렸다. (책 73쪽)

 

 강효원과 함께 간 계월옥에서 가야금을 연주하는 "정향"을 만난 윤복은  단오 화원시험날 <단오풍정>을 그렸다. 신윤복의 그림 중 가장 빼어난 수작 중 하나로서 단오를 맞아 개울가에서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 여인들의 모습을 그렸다.

 

 도화서 안에서는 윤복의 파격적인 그림을 보고 발칵 뒤집혔지만 주상이 내린 최종 합격명단에는 신윤복의 이름이 끼여 있었다. 결과에 윤복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자 윤복은 회화보관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 곳에서 윤복은 오래전 들은듯한 다정다감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비밀의 방에서 병열 두 번째 서가의 첫 그림과 정열 첫 번째 서가의 두 번째 그림을 찾아 보렴. 네가 궁금해 할 어떤 비밀을 그 그림들이 알려줄거야."

 

 1권 책 내용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 <그림으로 겨루다> 편이다. 정조는 두 사람에게 "도성 안팎 백성들의 있는 그대로를 그려오라."는 화제를 던져준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기법으로 그려온 그림들을 펼쳐 보이는데 그림이 함께 실려 설명과 함께 읽으니 읽으면서 그림을 상상할 수 있어 너무 좋았고 얼른 뒤에 실릴 그림을 보고 싶어 글이 엄청난 속도로 읽혀졌다.

 

윤복이 사랑한 여인 정향은 시전 대상인 김조년의 예인으로 들어가게 되고 마지막 날 밤 행랑할아범이 찾아와서 계월옥을 찾게 되고 정향의 배위에 물결 같은 붓끝이 닿았다.

 

 김홍도와 신윤복이 10년마다 있는 어진화사를 그리게 되었다. 대부분의 어진은 지극히 양식화되어 있었다. 제일 원칙은 '있는 그대로'그리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그 혼을, 마지막으로는 그 영광을 그릴 것이었다.

 

 정조는 어진화사를 시작하면서 두 사람에게 무언의 싸움을 걸고 있었다. 주상이 웃고 있는데 웃는 모습으로 그려야 할지, 웃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야 할지...결국 홍도는 붓을 윤복에게 넘겨주고 7일만에 어진화사는 끝났다.

 

 하지만 두루마리를 편 그림을 보고 화원장과 대신들이 울먹이며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를 외쳐댔다.

 

 웃는 모습의 주상을 그렸고, 비스듬히 앉은 모습을 그렸고, 오방색 이외의 색으로 그렸고, 하찮은 점으로 용안에 흠결을 남긴 죄로 모두들 경악을 하고 말았다. 윤복은 결국 어진화사를 찢어 버림으로서 도화서를 쫓겨나게 된다.

 

 그리고 주상이 김홍도와 윤복을 불러 10년 전 강수항이 아버지의 어진화사를 완성했는데 그림이 사라지고 강수항 화원과 서징이 죽게 된 일을 밝혀내고 아버지의 어진화사 그림을 찾아 달라고 부탁을 하고 두 사람은 "분부대로 거행하겠사옵니다." 하고 1권의 내용은 끝나게 된다.

 

 중간 중간 그림을 보는 재미에 또 가질 수 없는 김홍도의 윤복에 대한 애틋한 감정과 윤복의 정향에 대한 사랑, 정조와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에 대한 남다른 사랑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읽으면서 얼른 2권을 찾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