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아이들이 지하철 역에 설치된 장애우 편의시설을 이용하여 휠체어가 움직이는 걸 보고 신기한듯 쳐다봤었다.  또 지하철 승강장 주변에 노란색 보도 블럭이 왜 깔려 있는지도 궁금해했다. 우리 주변에는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이 참 많은데 가장 불편한 장애가 아마 시각 장애우들이 아닐까 싶다. 눈을 수건으로 가리고 잡기 놀이를 하는 잠시 동안에도 익숙하던 곳을 감각으로 찾으려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학창시절 신호등 초록불이 깜박일 때 건너는 시각 장애인 아저씨가 위험해 보여 건너편으로 팔을 잡고 건네준 기억이 난다. 

 누군가가 현대인들은 '예비 장애인'이란 말처럼 갑작스런 사고는 어느 누구에게나 찾아 올수 있는 불행이다. 루이 브라유는 4살 때 아버지의 말안장과 마구를 만드는 작업대에 놓인 공구를 직접 만져보고 싶은 호기심을 억제하지 못하고 결국 실명이 되는 치명적인 사고를 겪게 된다. 잠시 정전인 순간 평소에 있었던 물건의 위치를 전혀 찾지 못하는 나로서는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괴로워 했을 것 같다. 다행히 자크 팔뤼 신부님의 도움으로 성경 이야기와 자연의 신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배움에 대한 열정을 키워간다.

 열살이 되던 해 왕립맹아학교에 들어간 루이 브라유는 그곳에서 자신과 똑같이 맹인인 친구와 선후배들과 기숙사 생활을 하며 천천히 학교 생활에 익숙해지게 된다. 루이는 첫 수업에서 배운 돋음 문자를 연습하여 '내 이름은 루이 브라유입니다.' 라는 첫 문장을 쓰게 되고 3학년 때 프랑스 육군 포병 퇴역장인 샤를 바르비에가 만든 소노그라피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된다. 하지만 점과 줄로 소리체계를 만든 것의 한계를 좀 더 단순화하여 손으로 만지면 바로 '읽을' 수 있는 부호로 만들고자 혼자만의 외로운 실험은 늦은 밤 계속 이어졌다. 3년간의 긴 외로운 실험은 마침내 알파벳 글자를 나타내는 점과 줄을 생각해내 종이에 철필로 구멍을 뚫어 그걸 손으로 만지는 새로운 점자체를 만들어냈다. 

 점 여섯 개로 이루어지는 셀을 이용해 이 세상의 모든 문자를 표현할 수 있게 만들어낸 오늘날의 점자체가 바로 브라유 점자체라니...루이 브라유라는 사람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니 말로만 장애우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가지자고 했음을 반성하게 되었다. 오늘도 점자책으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을 장애우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것 같아 너무나 따스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