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극과 극 이란 제목을 처음 듣고 저자의 첫번째 단행본인 '최현주의 두장의 사진'이 떠올랐다. '아항, 이번엔 무슨 얘기를 비교해 놓으려나'라는 생각을 하며 한 장 한 장 넘기며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안그래도 뛰어난 이야기꾼이었던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 솜씨를 이번 책에서는 개인적 신변잡기와 사회적 담론을 먹음직 스럽게 비벼 내 놓거나, 조금은 전문적으로 - 책의  앞머리와 마케팅애는 저자의 직업인 카피라이터가 강조되었지만 사실 최현주 씨 본인이 이마 세번의 개인전을 치룬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 사진의 역사와 내용, 형식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분석하는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이야기로 과시하는 것이 아닌가? 사진을 매개로 했지만 그 깊이와 범위가 범용하지 않아서 가벼울 때는 가볍게, 진지할 때는 꽤나 무겁게 읽힌다.

먼저 목차를 읽어보니 짤막히 대비를 이루는 대제목과 소제목들이 눈에 들어온다. 예컨데 "당신의 몸"은 신체를 촬영한 사진을 주로 다루지만 우리안에 혼재한 다양한 인간성과 가치를 각각의 사진과 스토리를 통해 풀어나간다. 예컨데 "모던걸과 전통걸" 을 읽어보자면 최근 국내 사진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작가 중 한명인 난다의 사진을 읽어주고 있다. 근대경성을 배경으로 작가가 자신의 개성을 풀어 놓으며 동시에  '여성성'이란 보편적 가치를 현재와 과거를 관통하는 배경사진 한장으로 풀어 놓는다고 그 사진을 '읽어'준다! 뒤따르는 "성과 속"에서는 김준 작가의 'Cradle song'시리즈를 현대인의 명품 브랜드에 대한 키치한 취향을 날카롭지만 아름다운 비판으로 '읽어'준다. 한편 "정글과 동물원"이라는 챕터에서 작가인 다니엘 리와 그 작품세계에 대해 무척이나 진지하게 접근한다. 작품을 관통하는 작가의 정신세계와 작품의 의미를 전문가적으로 '분석'하고는 자신의 띠 얘기를 엮어 재미있게 '읽어'준다! 그러고 보니 저자를 '사진읽어주는 여자'로 자리매김시킬 수 있을 듯 하다. 특히 저자가 여성 이라는 - 꽤나 까칠할 수 도 있다는 점을 포함해서 - 점을 언급해 두고 싶다. "...궁녀들이 떼로 목숨을 내 놓았다는 이야기는 우리 역사 이외에선 들어보지 못했다...괴이한 역사가 여기 있도다"라니 사진한장과 우리나라 역사를 관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도 대단하지만 특유의 개성을 마지막 한 마디에 버무려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 읽어주는 이야기꾼으로서의 그녀의 자질을 높이 사고 싶다.

이야기꾼으로서 저자가 쉽게 혹은 진지하게 사진을 읽고 풀어 내는 자질 외에도 이 책에 담긴 두가지 가치를 더 읽어 내고 싶다. 그 하나는 사진을 선별해 내는 능력이다. 어찌보면 카피라이터나 사진작가라기 보다 인문적인, 혹은 큐레이터에 더 가까운 가치이다. 사실 현대 사진은 사진을 찍거나 혹은 즐기는 관객의 입장에서 무척이나 난해한 것이 사실이다. 일단 P36에 소개된 천경우 작가의 VERSUS를 보자. 나는 사실 지난 KIAF 때 이 사진을 보았다. 하지만 나는 이 사진을 요즘 나름 유행하는 장노출 사진의 아류가 아닌가 하며 쉽게 지나쳐 갔었다. 하지만 이일우의 '박제의 초상'이라는 사진을 만나서 긴 호흡과 짧은, 아니 절명된 존재의 무호흡과 대비되며 선명하고도 아름답게 빛난다. 이렇듯 무수히 많이 생산되는 사진작품을 선별하고 묶어서 강렬히 살려내는 재주는 정말이지 대단하다 싶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이 책의 가치는 바로 저자가 엮어내는, 현대인으로서 사회적 이슈와 갈등을 읽고 사진으로 표현하는 통찰력이다. "독신으로 살거나 결혼하거나"편을 보면 백지순의 <dream writer.kyunghee>통해 "...결연한 의지를 명예로운 표창처럼 가슴에 새기고 고독하고 불안한 삶이라는 전쟁을 홀로치루고 있다"고 오늘날의 독신 여성의 삶에 대해 읽어 낸다! 한편 독신 뿐 아니라 현대의 삶이 경제적 조건에 얼마나 종속적인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더욱 깊은 이야기를 풀어 낸다. 이에 더하여 이선민 작가의 <태희와 희지>를 통해 오늘날 점점 커지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극성스런 엄마의 모습에 대입하여 보여 준다.

그렇다면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할 수 있을까? 읽는 재미로만  따진다면 사진에 국한되지 않고 예술 전반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요즘 우리네 삶을 둘러싸고 있는 이미지 과잉 시대에 넘치고 넘치는 싸구려 이미지가 아닌 제대로 된 사진 한장 읽는 재미가 쏠쏠할 뿐 아니라 지난 KIAF 에서 보다시피 사진작품의 비중이 현저히 증가한 요즘 추세를 봤을 때 진지한 예술로서 사진작품을 읽는 저자의 방식을 들어두는 혹은 봐두는 것이 시각예술을 향유하기에 좋은 동반자역할을 할 듯 싶다. 하지만 그냥 재미있는 책 한권으로 묶어 두기에는 저자가 보여준 깊이있는 사진독법과 예리한 눈썰미가 아깝다. 따라서 사진에 관심이 많고 좋은 사진을 찍고자 하는 이들도 관객 혹은 비평가가 사진을 읽는 방법을 알아 둔다면 더욱 좋은 작가로 거듭나게 되지 않을까? 그게 비록 아빠작가가 가족과 아기 사진을 찍더라도 더 깊은 사랑과 의미를 담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요즘 가장 핫 한 사진과 사진가들을 일별하였다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지난 한해 동안 우리나라에 소개되거나 전시를 가졌던 작가들의 최신작이 망라된 만큼 혹시 놓쳤던 작품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거나 혹은 내년에 어떤 작품들이 우리에게 소개될까 즐거운 공상을 펼치기에도 딱 좋은 매개체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진이 극과 극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