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본 것은 무려 4년 전 한겨레 지면을 통해서였다.
이 책 괜찮겠다 싶었지만... 당시 아이가 1학년이어서 나랑은 거리가 좀 있었다. 
5학년이 되어서 얼마 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책. 
녹색으로 찍은 목판화 같은 그림 표지가 느낌이 좋았는데... 
내가 읽던 것을 아이가 가져가 조금 읽어보더니... 내놓질 않는다. 어린이 책이니까 제가 봐야 한단다. 
중간까지 읽었을 때 "주문해 줄까? 두고 볼래?’하고 물었더니.. 그러마고 해서 구입했다. 
그러고 보면... 대여해주는 도서관이 많다고 책이 안팔린다는 건 기우같다. 
도서관은 좋은 책을 직접 고르는데 도움이 된다. 적어도 내 경우엔...

이야기가 잠시 샜다.
이 책은 어린 4남매와 그 어머니, 새 아빠의 이야기다. 
영국에서 살던 4남매는 어느날 엄마의 결단으로 아프리카로 가게 되고..
수돗물은 잘 나오지 않고, 마당에는 전갈이 돌아다니고 집안으로 뱀이 기어들어오는가 하면 집 근처에 악어가 어슬렁대는 낯선 환경에서 살게 된다. 그것도 이주 초반의 일로서 아이들은 다시 오카방고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엄마가 사자를 관찰하는 일을 하는 피터 아저씨와 함께 지내기로 했기 때문. 영국에서 배우였던 엄마는 뒤늦게 생물학을 공부했고, 아이들과 아프리카 이주를 결심했던 것. 사자에 관심을 나누던 피터 아저씨와 연인으로 발전해 이사를 한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집이 아닌 캠프에서 생활한다. 여러개의 텐트로 만들어진 캠프는... 하이에나나 사자, 코끼리가 지나다니는 길 한 가운데에 있다. 아이들이 이름 붙인 ’풍덩 구멍’은 파리와 구더기가 돌아다니는 화장실이다. 공부는 엄마가 시키는 홈스쿨링.. 아이들과 엄마는 피터 아저씨를 도와 사자를 관찰하는 일을 한다. 사자를 관찰하는 일은 아주 어렵다. 사자의 이름과 모양은 콧수염의 갯수를 세어서야 구별하는 아주 힘든 작업인데.. 사자무리의 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새끼 사자들은 안전한지.. 사냥은 어떻게 하는지를 관찰한다. 어떤 날은 사자를 관찰하러 나갔다 길을 잃어 하룻밤을 밖에서 보내고 다음날에야 돌아오기도 한다. 말라리아에 걸린 피터아저씨 이야기,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는지 읽는 과정은 아프리카 생활을 미화시키는 것을 경계하게 만든다.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아프리카에서 그들은 저마다 제몫을 해내며 피터아저씨의 연구에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 책은 놀랍게도 아이들이 직접 쓴 책이다. 그래서 지은이 이름이 트래벗, 앵거스, 메이지, 오클리 등이다. 자신들의 생활, 공부, 가족,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썼다. 어린 소녀가 아프리카에서 사춘기를 보내는게 어떤 일인지에 대해 적은 메이지의 글은 딸 키우는 엄마로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쓴 글이지만 그 문장이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으며 솔직해서 아이들 책의 매력을 보여주지만.. 내용과 구성면에서도 탄탄해 어른이 쓴 책보다 못할 게 없다. 
이 책의 추천글을 쓴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세 아이 모두 글솜씨가 뛰어나고, 섬세하고, 명석하고, 논리정연하고, 지적이며 창의적"이라면서 "옥스포드 대학에서 30년간 가르친 경험으로 말하건대 이 아이들은 어느 대학에서라도 환영받을 만한 우수한 학생들이다"라고 적고 있다.

요즘 학교에서는 탐구학습보고서나 탐구발표 대회등이 많다. 
과학적 사고와 관찰, 탐구능력을 기르고 이것을 완성도 있는 보고서라는 결과물로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 이런 대회들의 목적일텐데..
책 속의 아이들은 거대한 오카방고를 탐구대상으로 삼아 수년에 걸쳐 탐구학습을 진행한다고 해야 할까.
그런 환경 속에서 아이를 키울 결심을 한 엄마 케이트의 용기와 그 속에 적응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특별한 감동으로 와 닿는다. 
가족사를 조금 소개하면 엄마와 이혼하긴 했지만 아이들의 아빠 이언 맥니스는 [프리즈 프레임]이나 [에이스 벤추라], [이안 맥그리거의 인질] 등에 출연했던 배우이기도 하다. 아빠는 엄마와 목표가 달라 헐리우드로 가지만 크리스마스에 아프리카를 찾아와 아이들을 만나며 벌레를 아무렇지도 않게 퇴치하는 아이들을 보고 놀라기도 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런 책들은.. 
아프리카로 갈 수 없는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도 대리만족과 어떤 환경 속에서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것 같다. 
그리고.. 온실 속 화초로 키우는 아이들 양육법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당연한 깨달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 

엄마에게는 그렇고..
아이에게는...
색다른 용기를 불어넣어줬나 보다. 
요즘 영화를 만든다고 시나리오도 쓰고 친구들을 상대로 배우 오디션도 진행한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더욱 용기백배해서.. 영화를 보다 추진력있게 진행하는 것 같더니...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을 학교 독후감 대회에 출품해..학년 최우수상도 받았다. 아이들 독후감대회가 별 게 있던가..어디..  책이 워낙 좋으니 느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았으리라. 독후감!! 책이 좋아야 잘 쓰게 된다. 어른인 나도 어떤 책을 오랫동안 집중해서 읽다보면 문체나 말투가 그 책에 쓰인 글처럼 비슷해지지 않던가. 
아직 학교에서 가지고 오지 않아 읽지 못했는데..책 속 아이들이 오카방고에서 사자를 관찰한 것처럼 자기도 꼭 영화를 성공시키겠다 뭐.. 그런 이야기였다는데..
영화에 너무 빠져서 기말고사 준비를 무척 귀찮아 하더니..
어제 점수가 나왔는데... 수학 점수가......으윽!! 
(확~ 오카방고로 유학보내고 싶은 점수가 나왔다.)

오카방고가 어디냐고?
지난 3월에 방송된 KBS1 TV [환경스페셜] 3부작 ’야생의 오카방고’를 참조하시길..

책 속에서 아이들이 생활하는 텐트를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사라지는 하이에나나 리카온과 임팔라가 뛰어나디고,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텐트를 쓰윽 건드리고 지나가는 사자들이 살고 있는 오카방고가 어떤 곳인지 한눈에 알 수 있을 듯.. 
그 화면들을 보고 나서 이 책을 읽는다면..  
책속에 아이들이 그려놓은 그림으로 해결되지 않는 오카방고에 대한 시각적 갈증이 대부분 해소될 것이다. 




오카방고의숲속학교, 오카방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