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정기구독하는 어린이잡지에 난 소개를 보고 사달라고 졸라 구입한 책이다. 
노란색과 검정색이 대조를 이룬 표지가 눈길을 끄는 한편, 가로길이가 비교적 널찍한 이런 판형이 어쩐지 나는 책장을 넘기기도 편하고 책을 넘기다 책이 뜯어지지도 않을 것 같아 안정감을 줘서 마음이 들었다. 

영화에 대한 책은 꽤나 많이 나와있는 터여서.. 그저 그 정도의 영화에 대한 소개책이려니 하고 읽게 두었는데..
구입한 지 한참 지나 우연히 책을 펼쳐보다가..."오잉~~ 이런 것까지??"하며 좀 놀랐다. 
앞부부은 최초로 영화상영을 한 뤼미에르 형제 이야기, 영화에 숨어있는 원리와 착시현상..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발전 등 영화에 대한 일반 이론을.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그래..영화에 관한 책이라면 이런 걸 설명해야지...)

’오래된 장난감에 숨어있는 영화’라는 순서에서는 그림자연극이나 환등기, 요지경,프락시노스코프 등 오래된 장난감들이 영화에 대한 힌트를 주었음을 소개했다. (음.. 이런 게 있었어? 영화라는 게 갑자기 어디서 뿅~하고 나온게 아니구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서는 영화를 만드는 데 일익을 담당하는 다양한 직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래.. 우리 때는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어떤 직업을 동경하곤 했었는데..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구체적으로 알게 되는구나.)

여기까지가 책의 1/3을 차지한다. 나머지 2/3는 영화를 어떻게 만들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진짜로 아이들에게 영화를 만들라고 이야기하며, 영화를 찍을려면 어떤 사전작업과 준비가 필요하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도 들려주고 있는데..
책 마지막 장에는 따로 영화만들기 활동책 ’영화! 너를 만들어주마’라는 별책부록을 끼워 놓았다. 이래서 이 책의 제목이 "우리 같이 영화 찍자"였나 보다. 
나를 놀라게 한 부분이 바로 이런 내용이었다. 
(이대로 하면 정말 영화 한 편 나오겠는 걸..)

책을 펼쳐 지은이에 대한 소개를 다시 읽었다. 아동학과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영화연출을 했단다. 
만약..일반 아동책 저술가가 영화에 대한 어린이책을 썼다면..어쩌면 영화 개론서처럼 영화에 대한 설명에 그쳤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이런 거고.. 영화는 이런 원리로 작동하고, 이런 영화가 있었고.. 하며 영화판(!)과는 한발짝 거리를 두고 관람자 입장에서 영화를 설명했을 거라는 추측을 하게 하였다. 
그러나, 영화연출을 공부했던 저자는.. 아이들에게 영화를 만들자고 적극적으로 꼬시며 "레디 액션!"이라고 신호까지 주는 적극성을 보여준다. 
이 책의 생동감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딸아이가.. "시나리오는 내가 쓰고, 지은이랑 은진이가 배우를 맡기로 했어. 수요일 오후에..OOO베이커리 앞에서 만나서 찍을 거야.", "포스터를 만들어야 하는데... 영화 제목을 뭘로 할까?", "엄마, 우리 디카로 동영상 얼마나 찍을 수 있어?"라며 끊임없이 조잘댔었던 거구나. 
ㅎㅎ~~
그런 걸 엄마는.. 계속.. 무관심으로 일관했으니.. 

정말로 영화 한 편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찍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책..
UCC 세대를 사는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방법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책인 것 같아..내가 알고 선택한 건 아니지만..잘 사주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옛날 사람들은 환등기나 요지경 같은 것만 보고도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데.. 소리가 안나는 무성영화도 재미있게 봤다는데..
집집마다 디카 한 개 씩은 있고... 집집마다 컴퓨터로 동영상을 편집해서 인터넷에 띄울 수 있는 요즘은...그야말로 영화 만들기엔 천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계가 디게 불황이란다. 
우리 아이가 행여 영화에 빠져 미래에 영화계에 투신해 배고픈 인생을 살게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살짝~ 아주 사알짝~ 스쳐 지나가긴 했지만.. 
그건 나중 일이고.. 영화도 글쓰기 능력이나 노래 부르는 능력처럼... 개인의 하나의 수준높은 표현의 도구가 될 것이 분명하니... 아이가 마음껏 좋아하고, 배우도록 놔두어야 할 것 같다. 
예전부터 여름방학에 ’어린이 영화학교’같은 거 수강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5학년인 올 여름방학엔 그 약속을 들어줘야 할까보다. 

"레디, 액션!"이라는 신호에 엄마까지 들떴나.. 이것 저것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지네..

그리고 덧붙여... 
난 출판사 창비가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창비 책 보면 너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