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때까지 음대입시 준비하다가 그만두고 인문계열 대학에 진학했다는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미국대학 석박사 학력과 국내에서의 활동 등 ...
그러나 이런 잘난 사람들이 주는 거부감도 적지 않다. 왜냐구? 남들도 다 자기 같은 줄 안다는 거!!  남들이 뭘 어려워하는지, 왜 힘들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의 사람들..ㅋㅋ~ (사실 좀 밥맛이잖아!) (남들이 다 자기 같았으면.. 자기가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겠어?? 세상은 상대평가라구~~ 하는 충고를 해 주고 싶은...)

그런데.. 이 사람은 그렇게 잘난 사람이 남의 능력과 재능을 파악하고 진로 컨설팅을 해준다니.. 그게 가능할까 싶었다. 남한테 충고한답시고 지 잘난체만 실컷 하는 거 아냐? 

그러나..
책을 한 50쪽 가량 읽으면서 조금씩 이 사람의 주장에 동화되기 시작했고,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내가 왜 그다지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는지 .. 내 이상과 선택한 직업과 내 재능 사이의 간극이 무엇이었는지 찾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나이 마흔에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게 후회를 동반하는 것이어서 아픔이 없지 않았지만..  인생 이모작이라고.. 지금도 늦지 않았어!! 라는.. 무모한 용기마저 갖게 하였다. 

이 책의 매력은 인간의 재능을 객관적으로 나누어 보고 있다는 점이다. 
나의 재능과 능력을 객관화시켜서 쪼개볼 수 있도록 도와주니 좋다. 
대부분 평범한 많은 이들의 진로는.. 우리 어렸을 땐 학력고사 점수에.. 요즘 젊은이들은 수능과 수시합격 여부에 따라 일차적으로 분류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느냐, 잘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대학에 갈 수 있느냐에 따라 선택되어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초지일관.. "너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라고 강조한다. 
그 주장을 자신의 능력을 분석하는 MI(다중지능) 이론이라는 걸로 뒷받침하고 있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헷갈리는 어린 청춘들에게는 믿고 따라가도 될 만한  ’내비게이터’라는 판단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이 서평단을 모집한다길래.. 중3인 조카를 위해 신청했다. 
공부 잘하던 조카가 갑자기 실업계 고등학교를 가겠다고 해서 식구들이 모두 놀라 자빠질 뻔했지만.. 뭐라고 아이를 설득할만한 이야기를 해줄 수가 없어서였다. 솔직히.. 본인의 생각을 존중해 줘야 할 것 같기도 했고, 그렇다고 세상경험이 부족한 중3짜리에게 모든 결정을 맡길 수도 없다는 생각에.. 인문계고-대학-직장인-주부라는 평범한 경로를 거쳐온 이 이모는 해줄 말이 없어 괴로워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조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훌륭한 매개고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교를 실업계고로 가느냐, 인문계고로 가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네 꿈이 무엇이냐, 네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느냐, 무엇을 좋아하느냐가 되어야 한다는 평범한 원칙을 일깨워준 책이었다. 그리고.. 왠지 이모가 그냥 말하면 권위가 안 실리는데.. 이 책을 각자 읽고 조카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하면.. 좀더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오후엔 언니네 집에 들러.. 조카에게 이 책을 건네줄 생각이다. 가끔씩 전화해서 얼마나 읽었나 확인도 해야지. 이번 주말 쯤엔 함께 피자집이라도 가서 함께 피자를 먹으며 책얘기와 진로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  

아참.. 아쉬운 점..
논리수리지능이나 언어지능, 대인관계지능 등 다양한 지능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 지능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예를.. 작가 조앤 롤링이나 간디, 반기문 등의 인물들을 들고 있는데.. 솔직히 너무 멀었다. 그들이 성공한 단초는 그러한 지능에 기반하는 바 없지 않았겠지만.. 그들이 성공한 배경에는 개인의 재능 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사적, 정치적 환경,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쌓아가는 노력들의 비중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난 저자가 평소 학교에서, 직장에서, 아니면 일을 진행하면서 만났던 다양한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그러한 재능을 찾아 소개했다면 훨씬 와 닿았으리라는 아쉬움을 느꼈다. 
21세기에.. 대통령이 장래희망이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면.. 좀 식상해(!) 보이지 않던가..
난 21세기가 소박하지만 자기 삶에서 승리하는 평범한 영웅의 시대라고 생각하는데.. 너무 소시민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