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꼴찌 태양이는 반 1등 기한이와 성적을 두고 내기를 건다. 
1등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팬티 바람으로 운동장을 달리기로..
이 섬뜩한 내기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어린이 동화라는 사실이 나는 좀 거북하고 불편했다.
오로지 성적만이 지배하는 것 같은 교실 분위기에 대한 묘사와 친구관계, 반 친구들에 대한 묘사가 이제껏 내가 아이에게 보여준 책들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기는 내기만이 갖는 유인력이 있어서일까?
내기의 결과가 궁금한 때문이었는지, 태양이가 공부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이 궁금해서였는지.. 아이는 단숨에 읽는 눈치였고, 엄마인 나도 금새 읽었다. 

공부를 즐겨라, 예습은 짧게 10분을 넘지 마라, 컴퓨터도 공부에 활용할 수 있다 등등..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메모들이 책 중간중간에 끼어 있어 엄마의 잔소리를 대신해주니 고맙지 않을 수 없었다. 공부를 좋아했지만 공부하는 방법은 잘 모른 채 맨땅에 헤딩했던 내 어린 시절과 비교해 이런 이야기를 친절히 들려주는 책이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책의 결론은 지극히 원론적이지만 또한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시간을 관리하는 능력의 중요성!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잘 관리하고 계획을 짜 공부해야 만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지적이 눈에 띄었다. 

책을 다 읽고나서 아이와 아이 외가에 가는 길에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역시나.. 아이는 태양이와 기한이의 내기를 관심있게 읽은 듯했고..
나는 태양이네 교실 분위기와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교실 분위기의 차이점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공부란 무엇인가..  수영선수 박태환, 골프선수 박세리에게 공부는 무엇이었을까... 공부는 왜 해야 하는 것일까.. 공부와 좋은 생활 습관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등등..

최근들어.. 엄마의 말을 모두 잔소리로 치부하기 시작한 아이 때문에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책을 매개로 아이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공부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줄 수 있어서 .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책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공부하는 방법을 좀더 자연스럽게 책 속에 녹아들게 쓸 수는 없었을까?
책 속에 등장하는 교실 분위기가 너무 비인간적이고, 아름답지 못하다는 사실도 엄마인 나로서는 큰 불만이 아닐 수 없었다. 
꼴찌가 일등이 되어가는 과정도 현실감있게 다가오지 않은 것은 중년이 된 내 나이 탓인지...
그러나.. 엄마의 잔소리를 대신해.. 공부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 보게 할 수 있어서 이 책은 나름 의미가 있었다. 

아이가 공부습관을 잡아가는데.. 하나의 기준이 되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하는 책이다.

어린이를위한공부습관, 꿈꾸는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