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라는 병이 제게도 찾아와서 한동안은 정말 아파서 책상 앞에도 못 앉고, 누워서 책 보기도 어려울 만큼 힘들었어요. 지금은 물리치료 열흘 정도 받고 일상생활이 훨씬 나아진 상태랍니다. 책은 받아놓고.. 앞부분만 조금 읽다가..놓았다.. 했는데..아프니 집중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는 사이.. 책 표지가 흥미를 끌었나.. 초딩 4학년인 저희 딸아이가 책을 읽기 시작하더니.. 혼자 킥킥거리면서 며칠 만에 냉큼 다 읽어버렸어요.
[그날밤..] 어쩌구 해서.. 제목이 예사롭지 않은데.. 초딩이 읽어선 안되는 내용은 없는지 내심 걱정을 하면서도 제가 빼앗아 먼저 읽을 여력이 없었네요.

그러다 한숨 돌리고..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지하철 타고 이동하며 읽은 시간을 합쳐 모두 3시간 만에 모두 읽었어요. (건성으로 읽은 거 아니예요.정독했어요.)

몽골여행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함께 한 여행 에피소드를 글로 엮었는데.. 한 사람이 쓴 것처럼 문장이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초반엔 각기 다른 사람이 쓴 글인 걸 눈치채지 못했어요. 읽다보니 글쓴이의 성별이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아 다시 살펴보고서야 여러 사람이 나누어 썼다는 걸 알았어요. ㅎㅎ~~

이 책을 읽은 느낌은...
참 자알~~ 논다였어요.
책에 소개된 몽골 여행은... 사실 별거(!) 없어요!!
게르와 호수, 고비, 몽골 사람들과 말들... 등등.. TV에서 흔히 보는 여행프로그램을 통해 만났던 장면들이 떠오르는 내용들인데요.
그러나.. 이 책은.. 여행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여행하는 곳에 대한 호기심과 무작정 스폰지처럼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느끼는 순수함, 여행경비의 본전을 뽑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 같은..ㅎㅎ~~

초원광분.. 이들은.. 별빛 하나에도 좋아서 뒤로 넘어가고, 게르촌에서 만난 꼬마아이의 눈빛에도 깊게 감동하고, 여행의 불편을 즐길 줄 알며, 함께 여행하는 친구들의 추억 만들기를 위해 온갖 악역도 마다하지 않는.. 관광객이 아닌 진정한 문화유목민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까요.
이들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가 아름답지 않고, 어느 여행이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제가 몽골에 가고 싶어졌냐고요? Oh~ NO!!!
저는요, 씻는 걸 무척 귀찮아 하지만.. 못 씻는 환경을 더 못견뎌하고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과 레트의 딸이 말 타다 떨어져 죽는 장면을 본 중학교 2학년때에 이미.. 절대로 말 같은 건 타지 않겠다고 결심한 터라서요. 몽골과 저는 별로 안 친하겠더라고요.
아주..가능성이 희박하지만.. 혹시 모르죠..가게 될 지도..
저를 이끄는 한가지 장점은 있었어요, 몽골에도.
바로.. 가게에도 간식거리가 별로 없더라는.. 그리고 몽골 음식들이 입에 맞지 않더라는...!!
제가 더 이상 제 늘어나는 체중을 제어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지옥의 다이어트를 결심한다면.. 몽골로 가는게 효과가 엄청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ㅎㅎ~~
이 책에 몽골 여행 이야기를 하도 재미있게 써 놓아서..
저는 굳이 몽골에 가보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아요. 가더라도.. 책을 읽는 것보다 재미있지도 않을 것 같고요. ㅎㅎ~~
역시 남의 불편과 고통을 구경하는게.. 제가 겪는 고통보다는 훨씬 재미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 주네요. 

그리고..승마에.. 하루종일 덜컹거리다 차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는 지프차 여행이라니..
그동안 물리치료로 다스려 놓은 디스크가 다시 탈출하지나 않을지.. 전문의와  상담 후 가야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