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은 <나를 부르는 숲>을 비롯한 그의 어느 책을 보거나, 재미있는 집필가라는 수식어가 적혀있다. 그만큼 웃기고, 솔직하고, 박학다식한 이야기가 그의 책에 실려있는 게 사실이다. 

노르웨이던가.. 북유럽부터 시작한 그의 유럽여행은 계획도 별로 없고 정보도 없는.. 다소 즉흥적이고 뒤죽박죽인 여로다. 
지루하고 흥미로울 것이라곤 없는 노르웨이의 도시에서 끈질기게 기다리던 오로라를 보고 나서 여길 떠나야겠다 생각한 순간, 일주일에 한 번 밖에 오지 않는 버스가 10분 후에 출발한다는 얘기에 화들짝 놀라 주섬주섬 짐을 주워담고 이동하는 그의 뒤뚱거리는 뒷모습을 상상하노라면 읽는 내내 혼자 킥킥거리게 된다. 

특히, 이 책을 쓰기 20년 전 젊은 시절, 친구와 함께 했던 유럽 여행길을 더듬기도 하는데, 치기 어린 젊은 날의 유럽여행과  까다로워지고 불평불만이 많아진 중년의 여행길의 차이를 비교해 읽는 재미도 한 줄기를 이룬다. 그 여행친구가 <나를 부르는 숲>에 등장했던 카츠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나면.. 그 책에서는 별로 안 친한 듯..어쩌다 운 나쁘게 카츠와 여행을 함께 가게 된 것처럼 언급했던 것과 달리.. 둘은 사실 아주 오래된 단짝친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 <그로잉 업>같은데서나 보았음직한.. 그의 학창시절에 대한 회상은 어떤 때는 눈살마저 찌푸리게 될 만큼 너무 솔직하고 노골적이다. 
그리고 웃긴다. 

빌 브라이슨 여행기의 매력은.. 
아름다운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에 대한 찬탄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세간의 평이 어떠하든 그는 발칙하게도, 자신의 시선으로, 자신의 주관으로, 혹은 자신이 가진 고정관념과 편향된 시각을 감추지 않고 마음대로 평가하고 재단한다. 
미국 출신에 영국에서 활동한 저널리스트라는 그의 직업과 태생적 특성을 엿보게 하는 부분도 여럿 눈에 띄는데.. 영국사람들에 대해 느끼는 답답함이 엿보이고(영국인들은 햄버거를 포크와 나이프로 먹는다나~), 프랑스에 가서는 2차대전 때 독일군을 몰아내준 공치사를 받고 싶어하는 내심도 은근히 드러내는가 싶고..전범 국가인 독일이 잘 사는 것에 대한 분노는.. 우리가 일본을 싫어하는 것 못지 않다.
프랑스와 유럽, 이탈리아, 등 가는데마다 유럽 국가에 대한 마땅찮은 감정들을 솔직히 드러내는데... 이건.. 뭐랄까.. 미국 지식인들이 갖는 유럽 문화에 대한 어떤 열등감의 반증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만큼  집요했다. 
그래서 발칙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궁금했던 점은.. 
빌 브라이슨이 만약 한국여행기를 쓴다면 어떨까 하는 점이었다. 
아님 아시아 여행기를 쓴다면.. 
미국인의 우월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다 한국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 판매금지운동 도서목록에 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히 이 책에서 다룬 곳이 한국, 혹은 우리가 속한 아시아가 아니라서..
그냥 빌 브라이슨과 함께 유럽에 대한 뒷담화를 하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어 재미있었다. 그의 수다스러운 글발과 입담은 그의 편향된 시각에도 불구하고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었다. 그리고, 그를 따라 유럽 사람들을 만나고 유럽 곳곳을 여행하는 재미 또한 적지 않다. 그가 여행길에서 겪는 각종 에피소드도 그야말로 몸개그 수준이어서읽는 내내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게 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이 책이 씌여진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사실이다.
그가 90년대 초반에 여행하고 쓴 글이니..
그보다 20년 전 카츠와 그가 했던 여행 후의 변화보다.. 세상은 훨씬 빠른 속도로 변해서..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각종 풍경들이 지금도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 많다. 
그러니.. 여행정보책자로서는 젬병이다!
카츠와 했던 여행길을 이 책에서 더듬었듯이.. 빌 브라이슨이 90년대 했던 여행길과 지금의 변화를 비교하는 재미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궁금하다!
빌 브라이슨이 한국에 오면 뭐라고 할까?
성질급한 빌 아저씨.. 어쩌면 급하고 빠른 우리랑.. 아주 잘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 아저씨~~ 한국에 한번 오시죠. 한국은 아주 역동적인 나라라서.. 재미있을 거예요. 
40년 살아온 저마저도 가끔씩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거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