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스의 모험]이라고 하면, 흔히 어렸을 때 보았던 TV 만화 시리즈를 떠올리실 겁니다.

물론, 그 만화가 책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사실은 알았지만,  만화와 달리 이 책은 참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만화에서 보았던 장면들을 떠올리곤 했는데요, 만화가 원작의 섬세한 표현을 그대로 재연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도 새삼 생각하게 했습니다.

셀마 라게를뢰프는 스웨덴 작가인데.. 이 책은 스웨덴 교육당국의 청탁을 받아 어린이를 위한 지리교육서 목적으로 씌여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스웨덴의 각종 지형과 지리적 위치, 특산물, 강과 호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주민들의 생계수단, 전해오는 옛이야기 등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스웨덴의 지리와 문학의 결정판이라고 표현한다면 제가 너무 스웨덴을 모르는 걸 티내는 걸까요?

이제껏 이렇게 씌여진 책을 본 적이 없어서인지.. 또 씌여진 목적을 알고 나니 등장하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아주 신선하고 흥미로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책 속에는 닐스가 기러기들과 함께 다니며 직접 경험하는 모험 외에도,

여행 중 만난 새들로부터 들은 것, 본 것, 심지어 꿈을 꾼 이야기까지 등장하는데 그를 통해 다양한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풍부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 책을 출판한 다른 출판사들의 책들을 책정보만으로 살펴보자면.. 어린이의 모험서로 다룬 책들이 대부분인 것 같고, 저자인 셀마 라게를뢰프는 지리교육서로 집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2권~3권을 읽으면서 이책이 단순한 지리교육서나 모험이야기에 국한되지 않고.. 아름다운 문학작품이자 참된 지혜란 무엇인가에 대해 일러주는 철학동화라는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닐스의 친구이자 기러기들의 지도자인 대장 아카의 존재감이 새삼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엔 동물이야기들만 담긴 것이 아닙니다. 전염병으로 어머니와 형제들을 모두 잃고 둘만이 살아남아 집 나간 아버지를 찾아 여행하는 가난한 남매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당시의 스웨덴 사람들의 삶과 사회상을 엿보게 하는 장면이면서 동시에 참된 용기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어서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집을 실수로 불태우고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던 닐스의 생각과 달리, 닐스가 한 행동이 그 남매에게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반전의 재미도 숨어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왜 몰랐을까요?
[닐스의 모험]이 이렇게 근사한 책이었다는 사실을..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도 세 권 세트를 구입한 것은 .. 이 책이 완역본이기 때문이었고요.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생각 역시.. 완역본을 구입하길 잘했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몇 가지의 닐스의 모험을 간추려 엮은 책에서는 이 신비로움과 아름다움, 당시의 스웨덴의 사회적 상황 등을 제대로 접할 수 없을 테니까요.

아이는 어떠냐고요?
책이 두껍고 그것도 3권이나 되다 보니 몇 가지 이야기는 흥미로워하고, 몇 가지는 좀 지루해 합니다. 아이의 흥미를 끌려고 저와 경쟁을 하게 했거든요. 누가 더 많이 읽나.. 그런데 자기보다 엄마가 더 재미있게 읽으니까.. 급기야 책을 감추기까지 하더군요. 제가 못 보게요. ㅎㅎ~~

철딱서니 없는 것!! 
지금 4학년인데.. 올 겨울방학 때쯤이면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