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친숙한 연필들을 의인화한 동화입니다.

우리 고전소설에 [규중칠우쟁론기]를 떠올리게 하는..

의인화된 연필들의 모습과 심리묘사, 주고받는 대화가 재밌었어요.

초반에는 .. 의인화된 등장 연필들의 묘사가 좀 지루했는데요.

저랑 다르게 아이는 그게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아이와 어른의 차이겠지요!

이런 구조를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페니의 주인인 랄프는 학교에서 체력단련 수업에 시달리고요, 랄프의 필통에 사는 페니를 비롯한 연필들은 쿠베르펜 남작의 '연필들의 올림픽'으로 떠들썩한 .. 인간과 연필들 세상에 비슷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구조를 갖습니다. 

정의롭고 침착한 페니의 주인인 랄프 역시 나쁜 친구를 혼내주는 용기가 있는 아이고요, 필통 속의 연필들이 가진 성격이 주인들을 닮아 있다는 점도 재밌습니다.

연필들의 올림픽 경기 묘사가 이 책의 압권인데요.

넓이뛰기와 높이뛰기, 조정경기까지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양궁에 대한 묘사가 가장 재밌었어요. 양궁이라는 소재가 씌였다는 사실이 재밌어서 우리나라 작가가 쓴 건가 하고 표지를 한번 더 들춰 보았네요.

다만... 뭔가 비밀과 음모를 간직한 검은매직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는데요.

이 책에서는 페니의 지혜로 음모가 저지되고 쿠베르펜 남작의 지시로 분필들에게 잡혀가는 걸로 마무리돼.. 초반의 기대와 무거운 존재감에 비해 싱겁게 끝난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 책에서 검은매직은.. 뭐랄까.. 해리포터의 볼드모트 같은 존재인 것 같은데.. '올림픽 사수 작전'만 봐서는  그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아마도 페니 시리즈의 다른 책들을 마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책을 읽은 게 마침 베이징올림픽 시즌이라 책에 소개된 육상종목들의 생동감이 머리속에 쏙쏙 들어오더군요. TV에서 본 장면들이 선수들을 연필들로 대체시킨 모습으로 연상작용을 일으켜서요..ㅎㅎ~~

책을 다 읽고 나서 저보다 먼저 읽은 아이한테 물어봤더니..

우선 재미있다고 하고요. 책 속 등장인물들을 무척 친밀감있게 느끼더라고요.

아무래도 아이와 친숙한 연필이라는 캐릭터와 교실이나 운동장, 친구들 같은 공간과 소재가 아이의 흥미를 이끌어낸 것 같습니다.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고요.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초등 저학년부터 중학년까지.. 혹은 고학년까지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