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 어른이라고, ’선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이 얼마나 될까 생각을 해볼때 손에 꼽히는 몇 안되는 분 중의 하나가 리영희 교수님인것 같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그 번뜩이는 눈빛과 우리 사회에 대한 높은 애정과 관심, 논쟁을 피하지 않고 지식인으로서의 소명을 다하고자 애쓰는 사명감을 이 책을 통해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해양대를 나온 특이한 이력과 불합리했던 군대생활의 기억들, 이후 언론인으로서의 삶, 미국 주도의 세계흐름에 반대하는 제3세계 민중들의 삶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관심 등을 읽을 수 있는데요.

 저는 그중에서도 언론인으로서 겪는 한국 현대사의 생생한 현장기록들이 대단히 흥미로웠습니다. 역사적 흐름을 남보다 먼저 읽어내고 그 속에 뛰어들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선생님이셨기에 서재와 연구실에 틀어박힌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박진감과 현장감,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그속에서 부딪히고 비껴간 수많은 현대사의 인물들에 대한 기록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선생 스스로 자신이 사람보는 눈이 없다고 포기하도록 만든 인물, "야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승승장구해 수구언론의 상징적 인물이 된 인사가 누군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전 이대목 읽으면서 엄청 웃었거든요.)

그리고 만약, 언론인을 꿈꾸는 젊은이가 있다면, 단순 기술적인 글쓰기가 아닌 참된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젊은이가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통신시스템이 미비하던 시절, 한 저널리스트가 어떻게 시대에 소명에 임하며 자신의 사명을 펼쳤는지 .. 개안의 기쁨을 얻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가끔 TV에서 뵙는 선생님은 늙고 건강도 좋지 않아보이지만 선생의 고뇌와 실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남이 오랜세월 쌓아온 사색과 고뇌를 한권의 책으로 훔치는 느낌이 드는.. 참 흔치않은 느낌을 오랜만에 가져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