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내가 처음으로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부모님의 강력한 권유로 어쩔 수 없이 형제들과 함께 성당에 다닐 무렵,나의 생각이 바뀌고, 내가 좀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한 책이다. (그후 몇년은 잘 다니다가 현재는 안다니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 이윤기 님의 번역으로 다시 읽게 되었는데, 성바오로 출판사에서 펴냈던 세로글자로 인쇄되었던 책은 가로 인쇄로 바뀌었고, 치셤신부가 치점신부로 번역이 되었다. 한글자가 바뀌었을 뿐인데, 느낌이 다르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프랜시스 치점은 외할아버지댁에 가게 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남겨 준 유산이 떨어지자 외할머니의 구박이 시작이 되어, 학교마저 다니지 못하고, 공장에 취직을 하게 된다. 심하게 아프던 어느날, 고모부의 여동생인 폴리아주머니가 나타나 치점을 데려가 신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다.

여기서 평생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안셀름 밀리와 그에게 위안이 되어 주었던 맥냅 학장을 만나게 된다.

안셀름 밀리는 인물, 언변, 처세술이 뛰어난데다가 사람들을 휘어잡는 리더십도 있어 항상 조용한 치점과는 비교되는 인물이다.

안셀름 밀리가 로마교황청의 신임을 얻어 주교로 승승장구할때, 치점은 탄광촌으로 중국으로 오지로만 발령을 받아 다 쓰러진 교회에서 시작한다. 1930년대 당시 중국은 서양각국으로부터 침탈을 받는 입장에 있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살고 있었다. 이에 치점은 무료진료소를 열어 간단한 치료를 하게 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게 된다.

죽어가던 아들을 살려 준 덕분에 치점은 그 마을의 유지인 파오씨의 도움을 받아 교회를 짓고, 페스트가 창궐할 무렵엔 개신교 의사인 윌버 피스크 목사와 친구인 의사 탈록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과 마을사람들을 지켜 낸다.

그러나, 치점이 무신론자인 탈록의 임종시 회개를 권유하지도 않는 그의 태도등 파격적인 행동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수녀 마리아 베로니까는 자신이 귀족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면서 촌스러운 치점신부와 거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

그러던 그녀가 마음을 바꾸게 된 것은, 안셀름 밀리가 방문을 하기로 한 날, 교회가 홍수에 의해 무너지면서 치점신부가, 거들먹거리는 안셀름에게 모욕을 받는 장면을 지켜보면서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뼈아프게 후회하면서, 신부님의 신발끈도 끄를 자격이 없는 천하고 속된 사제로부터 온갖 수모와 경멸을 다 받고 견디셨다고 오열을 한다.

그후 치점신부는, 군벌로부터 피크스 목사와 납치를 당하는 등 험한 일들을 겪고 중국에서의 30년 인생을 마감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고아인 앤드류와 낚시를 하면서 남은 여생을 보낸다.

작가는 치점신부의 말을 통해 자신의 종교관을 드러내고 있다.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은 여러 개 있습니다. 우리가 만일 이 문으로 들어간다면 새로 오시는 선교사는 다른 문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나름의 방법으로 선행을 베풀고 믿음을 전하는 그들의 권리를 부정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도 와서 선행을 베풀고 믿음을 전하고 싶어한다면, 마땅히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P476)

윌버 피스크 목사가 치점신부의 신자 중에 초롱시장 거리의 메더디스트 선교관으로 간 신자가 있었는데, 이런 쪽지를 들고 쫓겨왔다.(P 477)

’치점 신부님, 이 쪽지를 가지고 가는 자는 악질 가톨릭 신자입니다만, 저희 선교관에 두면 더 지독한 악질 메더디스트가 될 것 같아 돌려 보냅니다. 나란히 하느님을 섬기는 친구 윌버 피크스.

추신 : 입원 치료를 원하는 환자가 있으면 보내 주십시오. 가톨릭을 욕하는 법은 가르치지 않고 병만 고쳐서 돌려보내 드리겠습니다.’

친절과 관용...... 이 두가지만 있으면 세상이 이렇게 멋져 보이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