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선생을 생각하면,  일본의 시오노 나나미라는 작가가 생각난다. 로마인이야기를 십여년동안 집필하여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15권이 완간되어 나와 있다. 한 작품에 집중했던 기간이나 작품의 방대함과 더불어 같은 여성이라는 점도 빼놓수 없다.  시오노가 로마시대 전체를 다루었다면, 박경리 선생은 일제 강점기의 우리나라 와 독립운동의 주 근거지였던 중국 을 공간적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

젊어서 청상과부가 된 최참판댁 마님인 윤씨부인이 글의 전반부의 주인공이라면 후반부는 손녀딸인 서희가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서희가 어렸을 적 어머니인 별당아씨가 머슴으로 들어온 구천과 달아나면서부터 최참판댁의 비극은 시작이 되는데, 구천은 윤씨부인이 젊은 시절  동학운동을 하던 김개주가 겁탈해 낳은 말하자면 사생아였고 서희에겐 배다른 삼촌이었다. 이를 알고 자포자기에 빠져 결국 급사를 한 아버지 최치수, 돌림병이 돌면서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 해 주었던 할머니, 봉순이 엄마 등이 한꺼번에 세상을 뜨자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할머니쪽으로 먼 친척이 되는 조준구와 그의 아내 홍씨가  평사리를 차지하고 만다.  

이런 상황에 처해 있어도 서희는 무너지지 않고, 유모의 딸이지만 친구처럼 같이 의지하고 지낸 봉순이와 머슴인 길상이, 마을아저씨인 용이아저씨, 무당의 딸인 월선이 등과 중국 용정으로 떠난다. 할머니가 남겨 주신 금을 기반으로 악착같이 살아남아  재산을 불려서 평사리에 살고 있던 조준구를 쫓아 내고 재산을 다시 찾는다.

구천은 별당아씨가 죽은 후 독립운동에 투신을 하여 중국에서 서희를 만나게 되는데, 그당시 서희와 결혼한 길상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자 목숨을 구해주고 다시 하동으로 돌아갔다가 죽고만다.  

그외에 용이와 월선의 애잔한 사랑이야기,이를 질투한 임이네의 지독스러움,봉순이의 길상에 대한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기생으로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상현과 서희의 어긋난 사랑으로 인해 상현과 봉순이 사이에서 태어난 양현을 서희가 자신의 딸로 받아들이면서 길상과 봉순, 서희와 상현의 사각관계는 해소가 된다.

악한 짓을 서슴지않았던 홍씨부인은 죽고, 조준구는 치매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는 너무나 달리 착한 아들의 수발을 받다가 죽는다.

끝부분은 서희가 우리나라에 돌아와 진주와 평사리를 오가면서 무너진 최참판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으로 얘기가 전개되는데, 두 아들의 성을 자신의 성인 최씨로 바꾸고, 딸같이 기르던 양현을 며느리로 맞으려는 서희의 의도는 길상을 비롯하여 아들조차도 경악하게 하고 마는데...

서희의 집안일을 맡아 보던 집사가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며 미친사람처럼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면서 돌아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조정래선생님도 태백산,아리랑,한강을 쓰시면서 글감옥속에 십여년을 사시면서 식사를 제대로 못하시니 위병도 나고, 한쪽 팔도 마비가 되고 그러셨다는데.....

좀더 우리 곁에 있으셔도 될 것을 무에 그리 급하다고 가셨는지, 애석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