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에게는 연극<백년동안의 고독>의 작가로 더 익숙한 마르케스의 또 다른 작품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 일으키게 만든 것은, 영화 <세렌디피티>때문이다.

 

첫눈에 반한 조나단과 사라,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조나단에게 사라는 운명이라면 만날 것이라며, 각자 자신의 전화번호를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영역 초판본과 5달러짜리 지폐에 적어 각각 헌책방과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떠돌아다닌다.

만나게 될 사람은 만나게 된다는 낭만적 러브스토리의 영화에 이 책을 괜히 등장시켰을 리가 없다는 호기심에서 보게 되었는데, 영화보다 한술 더 떠서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기 위하여 무려 51년 9개월 4일을 기다린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 여자를 둘러싼 두 남자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콜롬비아 해안 지방의 마을을 공간적 배경으로, 식민 시대에서 현대로의 전환기에 해당하는 19세기 말부터 1930년대까지를 다루고 있다.

 

남편인 우리비노 박사는 옛 식민지 시대의 엘리트 출신, 부인인 페르미나는 새로운 공화국에서 높은 위치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혈통을 대표하고, 이 둘을 평생 봐야 했던 플로렌티노는 사생아이지만 근대적이며 평판 좋은 선박 회사와 연결되어있다.(P338)

 

읽다 보면 곳곳에 작가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사가 나오는데,

"부자라니, 난 그저 돈 많은 가난한 사람일 뿐이오. 그건 다른 것이오."라든가

 "사람이 자기 아버지와 비슷해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비로소 자신이 늙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남녀간의 사랑에 관해서는 사라 노리에가라는 여인은 "허리 위쪽은 영혼의 사랑이고 허리 아래쪽은 육체의 사랑"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루어지는 플로렌티노와 페르미나의 결합은 이런 사회적 편견과 부당한 관습을 극복하는 것이며, 늙어도 활력 있고 자극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현실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다.(p349)

 

그래서 그들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것을 거부하고 다시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