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목이 노년도 아니고 유년도 아니고 하필 청춘의 독서일까?

한때  <ㅇㅇ니까 청춘이다.>류의 책이 잘 나가니까 여기에 편승한 건 아닐까?

 

저자와 마찬가지로 평소에 의심이 많은 나는, 읽기도 전에 이런 생각이 들었으나, 저자가 2016년에 쓴 한 책에서 가장 애착을 가지고 쓴 책이라 하기에 '얼마나 잘 썼는지 보자'란 심정으로 읽기 시작했다.

 

책장을 펴니,처음 속장에 "이제 갓 세상에 나가 길을 찾는 딸에게"라고 씌여 있고, 머리말에는 아내에게 헌정한 책이 하나도 없어서 아내의 허락을 받고 딸에게 주기로 했다는 고백에 슬쩍 웃음마저 나온다.

 

오래된 지도를 다시 보듯이 젊은 시절에 삶의 나침반이 되어 주었던 책을 봤다고 저자는 쓰고 있는데, 내가 그 시절에 선배들의 권유로 보았던 책이 반정도 있어 동질감이 느껴진다.

 

학점에 도움이 될까 해서 발을 들여 놓았던 모임에서 <철학에세이>를 시작으로 <자본론>에 대해서 배운 후 받았던 충격과 그것을 감당할 수 없어서 점점 멀어져 갔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의식과 행동의 부조화로 인한 나의 부채감이 항상 존재하고 있었는데, 작년 겨울 친구들과 함께 조금이나마 털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이 책을 읽으니, 먼길을 돌아 다시 만난 반가운 선배의 느낌이 든다.

우리, 이 정도면 잘 살고 있는 거죠?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맬서스 <인구론>, 푸시킨 <대위의 딸>, 맹자<맹자>, 최인훈 <광장>, 사마천 <사기>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다윈 <종의 기원>, 베블런 <유한계급론>,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하인리히 뵐<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E.H 카 <역사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 진정한 보수가 있기는 있을까? 의심이 드는 데, 보수주의에 대해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선 "오랜 시간을 통해 발전되어온 연속성과 안정성을 담보로 할 수 있는 전통적인 제도와 관습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말한다고 한다.

전통에 대한 특정한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며 마음의 상태, 감정, 정서, 살아가는 방식을 의미한다고...

 

 이혜경 선생같은 경우는 맹자의 정신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보수주의 모델을 제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262쪽

 

학생때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내가 고등학교때 까지 알고 있었던 세계사가 겉만 배운 거고 이면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는데, 정작 저자는 편집용 책이라 말한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됐던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며 받던 입문서라 그리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또 하나, 항소 이유서에 인용되었던 19세기 러시아 시인 니콜라이 네크라소프트의 시 한구절.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문장.

을 발견해 내 널리 퍼지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당시 저자는 네크라소프가 어느 시대 사람이고 어떤 작품을 썼는지 전혀 몰랐다고 하는데,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와 더불어 한국에서 이렇게 사랑받는 시가 되다니 신기한 일이다.

 

 2009년 5월, 2014년 4월과 함께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는 일이 일어난 해.

2009년 그 때 정치에 몸을 담고 있었던 저자는 그 참담함에

 "나는 지쳤다. 

존경했던 이들은 먼 곳으로 떠났고, 사랑하는 동료들은 시대의 삭풍에 떨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겠으나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야 할지 몰라 번민한다.

내가 받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나를 외면하고, 같은 방향을 보고 걷는 사람들과도 손을 잡기가 어렵다.

가끔 나는 내 자신이 물 밖으로 팽개쳐진 물고기 같다고 느낀다."

 

'아, 이래서 <청춘의 독서>라고 제목을 지었구나...'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때가 있지 않았을까?

살아보니, 나 역시 물밖에 나온 물고기 같은 신세같아서 가족이고 뭐고 다 소용없다란 생각을 한 때도 있었으나 "네가 맞다, 잘하고 있다"란 격려를 준 것은, 방심하고 있다가 이런 책들의 한구절과 노래 한마디가 갑자기 가슴과 머리로 확 들어올 때였다.

 

저자는 인생의 고비마다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었고, 다음의 구절에 격려를 받은 모양이다.

"역사와 사회의 진보에 대한 믿음은 어떤 자동적인 또는 불가피한 진행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인간 능력의 계속적인 발전에 대한 믿음"이라고..

 

2017년에 방송에서 보는 저자는 이때와는 사뭇 다르다.

그때는 날이 선 모습이어서 이미지만으로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요즘의 저자는 부드러워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사람인데...

아마도 지식소매상이라 자쳐하는 저자는 치유 역시, 글을 쓰는 것을 통해 한 것 같다.

유머있게 알기 쉬운 말로 설명해 주는 지식소매상에게 편파적인 구매자이자 독자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