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우리나라는 아주 중대한 일이 있었다.

그과정에 헌법 재판소 법관들이 보여준 태도며 날카로운 질문은 답답했던 마음을 뚫어주는 사이다와 같았다.

 

특히 결정문은 한자어가 곳곳에 들어가 있어 실생활에서는 거의 씌여지지 않는 생소하고 어려운 말들로 인하여 번역기가 필요했던 이전과는 달리, 쉽게 씌여졌으면서도 무엇인 중한지 명확한 말로 적어 놓아 이해하기가 쉬웠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이번뿐이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있어 왔던 거 같다.

 김영란 전 대법관.

'부정철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주인공)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태클이 있었을까를 생각했을때 진심 존경스럽다.

 

그녀는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쓸모없는 공부로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책읽기를 좋아했었다고 한다.

그녀가 읽었던 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작은 아씨들>에서부터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 미셸 뚜르니에의 <흡혈귀의 비상>, 이사야 벌린의 <고슴도치와 여우>,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 어슐러 르귄의 <빼앗긴 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정의가 어떻게 시적일수 있는가?하는 부분인데,누스바움은  휘트먼의 시 "나자신의 노래"를 인용하고 있다.

 

"한 아이가 물었다, 풀잎이 뭐예요?

손안 가득 그것을 가져와 내밀면서..

내가 그애에게 무어라 답할 수 있을까...

그것이 무엇인지 그애가 알지 못하듯

나도 알지 못하는 데..."

 

"문학적 재판관은, 휘트먼의 시인과 같이,풀잎사귀들 속에서 모든 시민들의 평등한 존엄-또한 성적 갈망과 개인적 자유의 보다 신비로운 이미지들까지도-을 본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서로를 온전한 인간으로 보는 것이 곧 시적 정의라는 것이다.

 

법을 판결하는 판사에게 소설책이 무슨 쓸모가 있나?했는데, 누스바움의 말은, 작가가 읽어온 책들이 '공감'이라는 훈련을 시켜주어서 내가 현실에서 사건을 보고 판결을 하는 자세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잡스가 말했던 과학자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 '인문학적 소양'과도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읽기는 잠을 자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아니라 이렇듯 공감능력의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한다.,

SF소설이나 만화책이라도 책을 읽는 이로움이 해로움보다 많다는 증거가 이렇듯 많이 있다는 것을, 내가 무심히 읽었던 책을 같이 봤었다는 신기함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