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읽은 스릴러중 단연 최고란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탄탄한 구성에 탁월한 심리묘사와 복선은 독자로 하여금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글의 시작은 한 정신병원에 입원했었던 어느 사내로부터 시작된다.

병원 환자들로부터 바닷새로 불리웠던 프랜시스는 천사란 이름의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자신과 여전히 싸우고 있다.

 

지금은 정부에서 보조하는 작은 아파트에서 약의 복용여부를 확인하는 구청직원의 감독을 받으며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날아온 초대장은 그가 20여년전에 입원했었던 병원이 영구폐쇄된후 재개발을 할 목적으로 여러사람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 초대된 것이다.

 

 

그곳에서 프랜시스는 나폴레옹이라 불리웠던 사람을 만나는데, 그는 프랜시스에게 당시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써볼 것을 권유한다.

 

 그가 말한다. " 네가 글로 쓰면 그건 사실이 되는 거야. 우리 기억에만 남는다면 아예 없던 일이 되는 셈이고. 마치 꿈을 꾼 것처럼 말이야. 아니면 우리 미치광이들 머릿속에서 나온 환각이거나. 우리가 하는 말은 아무도 믿지 않아. 하지만 네가 글로 쓰면 실체가 생기는 거지. 진짜가 되는 거야."라고.

 

그래서, 그는 자신의 아파트에 돌아온 후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하얀 벽에.....

 

23살의 프랜시스가 병원에 가게 된 것은 가족들에게 위험을 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방안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등의 과격한 행동을 감당하지 못한 가족들이 병원으로 보낸 것이다.  두 손과 발이 묶인 채, 양옆에 경찰관을 대동하고서 병원측 직원에게 넘겨 진다. 마치 위험한 폭발물인 것 처럼.....

 

 

집이 아닌 낯선 곳에 도착한 프랜시스에게 호의의 눈빛을 보낸 것은 소방수라 불리운 피터... 환자복을 입고 있지만, 일반 환자와는 다르다는 것을 프랜시스는 단번에 알아챈다. 그리고, 둘은 서로 말을 주고 받으며 의지를 하게 된다.

 

 

알약꿀꺽이란 별명을 가진 의사, 에반스란 심리치료사, 흑인 형제들이  나오는데, 주정부의 지원을 받는 병원에서 꼬박꼬박 월급을 받으며 자신의 생활을 이어가는 관료적인 분위기속에서 근무한다.

 

특히, 퇴원여부를 결정하는 회의에서는 형식적으로 회의만 할뿐, 정작 퇴원해서 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병원에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병원에 온지 얼마 안되는 짧은 금발의 여간호사가 네번째 손마디가 절단된 채로 발견된다.

 

이를 조사하기 위해 온 연방검사 루시는 피터와 프랜시스, 흑인 형제인 관리원의 도움을 받아 폭력전과가 있는 환자를 추려내어 면담을 시작하고, 그 사이에 병실을 수색해서 피로 추정되는 얼룩이 묻은 티셔츠를 발견하지만, 곧 없어지고 만다.

 

또한, 클레오란 환자가 살해되면서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져, 루시는 자신이 볼모가 되어 살인범을 유인하기로 한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 살인범은 그 정체를 드러내는데, 프랜시스가 염두에 두었던 세사람중의 하나였고, 과거 루시의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 놓은 범인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루시는 이대로 죽고 마는 것일까? 피터와 프랜시스는 작전대로 루시를 구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작가는 이런 독자에게 쉽게 결과를 내놓지 않는다.

다시 현재의 프랜시스에게 돌아와 벽에다 글을 쓰면서 천사라는 내부의 또다른 자아가 나타나 이를 부정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묘사한다. 

 

 

추리소설에서 흔히 쓰이는 고전적인 밀실살인사건을 다룬 스릴러소설임에도 치부를 숨기려는 가톨릭계나 자신들의 이권을 유지하려는 병원측등 사회의 이면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스릴러물과는 차원이 다른 스릴러물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