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나온 <고래>라는 작품이 워낙 특이했었던터라 기대가 되어지는 작가중의 한명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고령화가족>을 보니,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문제를 한가족안에 몰아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작가 자신의 말에 의하면, 어디까지 막장이 되려고 이러나할정도로, 뻔한 이야기와 우연한 사건이 빈번하다.

하지만, TV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완전 막장이 아닌 것이, 여기에 나오는 가족들의 문제중 한두가지는 이미 우리도 경험하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이40을 넘어서 집에서 유일하게 대학을 나오고 영화한편을 제작한 오감독은, 개봉한 영화가 망한 바람에 얼마안가서 충무로에서 찾아 주지 않는 영화감독이 된 채, 아내와도 이혼을 하고 술에 빠져 사는데, 그에게 한줄기 빛이 다가 온다. 다름아닌 칠순의 어머니....

닭죽을 먹으러 오라는 어머니의 전화에 오감독은 전에 같았으면, 대충 대답을 하고 끊었을텐데, 이날만은 그러마하고 엄마의 집에 찾아간다.

엄마가 살고 있는 집은 학도병으로 전쟁터에 나가서도 살아오신 아버지가, 어이없게도 경비일을 마치고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오는 도중에 교통사고 돌아가시면서 보상금으로 산 집이다.

게다가 이집에는 장가도 안 간 50에 가까운 큰형이 엄마와 살고 있다. 

어릴때부터 공부하곤 거리가 멀고 주먹질에 능했던 형은 큰집에도 몇번 갔다온 전력이 있는데, 그중 한번은 동생이 벌인 일에 자신이 대신 갔었다. 그러면, 동생은 고마워해야 하는게 맞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죄책감도 엷어지고 그렇다.

게다가 두번이나 결혼을 한 여동생이 이혼을 하고 딸과 함께 이집으로 들어온다.
까페를 운영하고 있던 여동생은 손님과 바람을 피다가 남편에게 걸려서 이혼을 당한 것이다.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할머니들은 빌라 앞에 의자에 앉아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다.

그집 아들이 감옥을 몇번 들어갔다 나왔다는 둥, 작은 아들은 마약을 하는지도 모른다는 둥, 막내딸은 바람을 폈다는 둥.....

사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것을 남의 말을 통해 빈정거리듯이 듣는 것은 그리 썩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자기 일들이나 잘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지도 못한다.

거기다가, 하나밖에 없는 여자조카는 얼굴에 "나 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애"라고 씌여 있듯이, 피자를 한판 시키더니, 자기 혼자 먹는다. 

집에 시커먼 백수 외삼촌이 둘이나 있는데, 체면도 없이 조카한테 한조각이라도 얻어 먹으려고 별명이 함마인 형은 남보원이 했었던 뱃고동소리 흉내도 내는데, 조카는 별로 비슷하지 않다며 가차없이 혼자만 피자를 먹는다.

그러다가, 밖에서 돌아온 외할머니한테 호되게 야단을 맞고, 다 큰 쉰이 낼모레인 외삼촌둘은 엄마한테 한조각씩 얻어 먹는다. 

그러던 어느날, 조카가 가출을 하면서 집안이 발칵 뒤집어지는데, 내심 켕기는 것이 있었던 오감독은 조카를 찾아 나설 요량으로 조카의 친구를 찾아서 어렵게 대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집에다가는 지방촬영을 간다고 속이고 가려던 차에 형이 조카를 데리고 집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제까지 집안에서 살이 피둥피둥쪄 뒹굴던 형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달라졌다. 
나중에 들려 준 얘기론 조카를 찾는 조건으로 조직의 가짜 사장노릇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형이나 여동생, 심지어 엄마까지 과거가 있다. 
형은 전실자식이고, 엄마는 후처이고, 여동생은 아버지가 다른 .... 참으로 콩가루 집안이라 할 만하다. 여동생은 여고를 졸업하고, 자신이 어떻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는지, 말리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면서 서러워한다. 

작은 오빠의 영화 개봉일에  멋진 양복을 사준 사람도 동생이고, 집안에 생활비를 갖다 둔 사람도 자신인데 너무들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카가 가출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온 이후 여동생이 다시 결혼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그리고, 형이 막판 쇼생크탈출을 한 것 처럼 한탕을 해서 외국으로 도피를 하는 바람에 대신 오감독은 죽기 직전까지 맞다가 겨우 살아난다.



여기에 나오는 오감독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이야기를 할때는 더더욱...

<고래>도 영화로 제작 된다는 말이 있었는데, 내 생각으론 이 작품이 영화화 되었을때 대중들에게 더 설득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