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심미적인 목적에서만이 아니라

풍수에 맞게 장식할 그림의 종류와 위치를 달리하곤 한다.

선조들 역시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목적으로

집에 아무 그림이나 장식하는 것은 아니었다.

민화를 보면 호랑이, 용, 거북이 등등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있는데,

그것은 모두 무언가의 상징물로서 사람들에게 약속된 의미가 있었다.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의 십장생 그림과

귀신을 쫓는 호랑이 그림 등은

모두 그 자체로 사람들의 길흉화복을 다스리는

'주술'의 의미가 있었다.

그림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마법'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것은 일본만화 <카드캡터 사쿠라>를 통해서였다.

그 만화에서 주인공 사쿠라는 물, 불, 바람, 나무 등

자연의 온갖 속성을 지닌 카드를 사용하여 주술을 부린다.

뭘 모르는 어린 나이에도 그런 설정에 금방 납득이 가고 매료되었는데,

한국인에게도 친근한 '화투'가 오랜 옛날 일본에서 벼농사를 위해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게 해주는 자연물(꽃,나무 등)을

그림으로 그린 카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카드캡터 사쿠라>라는 만화에서

카드를 통해 자연물을 다스리는 주술을 부리는 설정이

어쩌면 일본의 '화투'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서양미술과 비교하면

확실히 동양미술은 주술적인 목적이 강한 미술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단순히 흥미로워 그렸던 소재들이

모두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주술적 상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린 그림은 사람들에게 어떤 주술적인 의미를 지니게 될지

살짝 궁금해진, <허균의 우리 민화 읽기>였다.

 

동양미술, 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