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해 끝없이 탐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물며 일상에서 집안을 장식할 그림을 고르는 데에도 미적인 센스가 요구된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마음 속으로부터 인정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여 검증된 아름다움을

진정한 아름다움이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집안을 꾸밀 때도 자기 자신의 취향에 맞는 그림보다는

잘 알려진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걸어 놓아

손님들 앞에서 체면을 차리고자 하는 것 같다.

예술이 단순한 심미적 목적이 아닌 돈과 명예의 상징으로 전락하면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구별하기는 훨씬 더 어렵게 되었다.

무엇이 아름다움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으면서

대중의 감각을 흉내내려고만 노력하는 사람들을

비꼬는 데에서 탄생한 예술이 바로 '키치'이다.

키치란 본래 예술작품을 조악하게 모방한 싸구려 예술이라는 뜻이지만

키치와 예술의 경계는 사실상 굉장히 모호하다. 

화가의 실력이 미흡하다고 해서 조악한 모방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와 마르셀 뒤샹의 '변기' 오브제처럼

화가의 정성과 실력만으로는 평가하기 힘든 작품들이 있다.
그 옛날에는 예술이 귀족의 전유물이라서

귀족의 예술과 평민의 예술이 뚜렷하게 차이가 났다고 해도

요즘 시대에는 어떤 사회 계층이든 향유하는 예술의 수준은 똑같고,

수입이 적은 지식인이 오히려 예술에 더 해박한 경우도 많다.
그 시대의 상태를 가장 잘 반영한 것이 현대 미술이라고 한다면,

'키치 아트'는 현대 미술의 정의에 가장 걸맞는 미술의 개념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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