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인피니트 엘'의 사진이라 하니 관심이 생겼다.

나는 사진보다는 그림으로 사물을 표현하는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사진은 잘 안 찍는 편이었는데
엘이 원래는 미술을 좋아해 그쪽으로 진로를 생각했었다는 걸 알게 되고
나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는 듯해 친근감이 들었다.

 

아이돌이 낸 사진집이긴 하지만, 통상적인 아이돌 사진집을 예상하면 곤란하다.

인물사진이나 셀카보다는 사물과 풍경 사진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엘이나 인피니트 멤버들의 사진 분량이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지만
DVD를 보면 엘이 멤버들의 사진을 안 찍은 게 아니라
너무 많이 찍어서 다 실을 수가 없었던 것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책만 놓고 보면 사이즈로 보나 두께로 보나
2만원 남짓한 가격이 약간은 비싸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봉된 DVD를 보는 순간 그런 생각도 눈 녹듯이 사라질 것이다.
DVD에는 사진집에 실릴 사진을 찍기 위해
대관령으로 출사를 떠난 엘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하얀 눈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엘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아
그대로도 충분히 영화 한 편 본 듯한 기분이 든다.

 

인피니트 엘의 첫인상은 사실 지나치게(?) 잘생긴 외모 때문에
약간은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었는데
인피니트의 팬이 되고 엘이 아닌 김명수에 대해 점점 알게 되면서
구수한 말투와 꾸밈없는 웃음을 지니고 있는
의외로 인간미 넘치는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엘의 사진 역시 엘을 닮아 구수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엘이 찍은 사진 속에서 연예계의 화려함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나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한 20대 청년의 사진과 일상을 보는 듯하여
'연예인'보다는 내 또래 친구가 찍은 앨범을 보는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다.

 

하루하루를 새롭게 발견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는 엘.
확실히 평범한 소년이 갑자기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이 되었다면
그때까지 당연하게 누려왔던 모든 평범한 것들이
갑자기 특별하게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사진집은 내게도 당연하게 누려왔던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고,
모든 분야에서 기대 이상의 것을 보여주었던 인피니트 엘이란 사람을
다시 한번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