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을 읽고부터 미우라 시온이라는 작가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다양한 전문 분야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만화에서 나올 듯한 독특한 캐릭터와 꾸밈없는 담백한 문체로

복잡한 글을 싫어하는 내 마음에 단단히 자리잡게 된 것 같다.

입업을 소재로 했던 전작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처럼

[배를 엮다] 역시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사전 편찬'이라는 전문 직업 세계를 다루고 있다.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은 항상 사전을 벗삼아 일하는 소설가라면

당연히 끌릴 법한 소재인데, 지금까지 안 나온 것이 오히려 신기했다.

나 역시 만화를 그리는 사람으로서 대사를 쓰기 전에 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이 있다.

말은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다른 사람들에게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내가 쓰는 말의 의미를 틀리게 알고 있다면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러워진다.

사전을 만든다는 것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말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소설 쓰기와 비슷한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책들은 한번 나오면 수정되는 일이 거의 없는 반면,

사전은 새로운 말이 등장함에 따라 끊임없이 수정되고,

세상에서 쓰이지 않게 된 말은 소리없이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사전을 만드는 건 더욱 시간이 걸리고(이 책에선 무려 13년이나 걸렸다.)

많은 사람들의 인내심과 집착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렇게 보면, 사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축소판과도 같다.

사람들은 세상을 해석하기 위해 많은 책을 읽지만,

정작 가장 세상의 모습과 가까운 책은 사전일지도 모른다.

두꺼운 소설이나 시리즈물을 다 읽고 나서 의기양양해진 적은 있지만,

사전에 그만한 집중력을 쏟아본 적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두꺼운 사전을 통독해보고 싶다.

 

미우라시온, 배를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