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일곱살 생일 아침 주인공 일호는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머리털을 맡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바짝 깍은 머리카락은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어 허무하다. 입학식날 알게 된 오정고의 오삼삼, 앞머리 5cm, 뒷머리 3cm, 윗머리 3cm 머리스타일 만큼은 모범생이 되어버린 일호, 친구들에게 그는 왠지 모를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체육선생 매독이 라이터로 학생의 두발을 위협하게 되고 그것을 본 일호는 선생과의 한판 대결을 벌리게 되는데, 그 사건으로 인해 열일곱살 일호는 모범생에서 한마디로 문제아가 되어 버리고 두발규제를 하는 학교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지금껏 한번도 뵙지 못하고 몇번 째 여행 중이시던 아버지는 때마침 돌아오게 되고 일호의 든든한 응원군이 되고 학교와의 대결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진행된다.

정학을 맞으면서도 학교와 대결을 벌이는 일호,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일호 친구 정진의 이야기, 가족의 곁을 떠나야 만 했던 일호아버지 그리고 대를 이어온 이발사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집나간 남편을 둔 죄로 주변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했던 일호 어머니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평범해 보이지만 개성 강한 주인공들의 독특함으로 재미를 더해준다.

고등학교 2학년때의 기억이다. 같은 반 친구가 단발머리 속에 옆머리 몇가닥을 몰래 기르다 우연히 선생님께 걸려 그 자리에서 머리카락이 잘려나가고, 화가 난 그 친구는 잘린 머리카락을 온 교실바닥에 후 불어 버리는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은 한참을 학생들의 입소문으로 오르내리고 선생님과 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렸었다. 요즘은 많은 학교들이 두발자유화가 되어 길게 늘어뜨리거나 자유자재의 머리스타일을 한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하지만 아직도 몇몇의 학교는 두발규제로 아이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한다. 

처음 <열일곱 살의 털>이라는 제목만을 봤을 때는 두발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하고 어린 남학생들이 많이 고민하는 수염이 아닐까 상상을 했었다. 학창시절 두발자유화는 과거나 현재나 남학생이나 여학생 많은 아이들의 로망인가보다. "털"로 인해 생기는 에피소드로 열일곱 살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고 가족간의 끈끈한 정을 볼 수 있었고, 과거 단발령부터 두발자유화에 얽힌 다양한 역사를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