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대학 시절, 처음으로 듣는 역사 강의에서 교수님은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셨다.

학생들의 다양한 답이 나온 후에 교수님이 던지신 말은 바로 E.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의 한 구절이었다.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논란과 더불어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요즘, 어떤 역사책을 보아야 균형잡힌 역사관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스러웠는데, 마침 민음사에서 발간한 <15세기-조선의 때이른 절정>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한국사를 보는 방식이 사건 위주였다면, '민음 한국사'는 그 동안의 세기를 단위로 삼아 한국사의 큰 흐름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민음사의 <15세기>를 읽으면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E.H.Carr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과거와 현재를 수없이 들락거리게 되었다.

 

이 책은 15세기의 세계를 먼저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동아시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15세기의 세계를 살펴 보고 있는데, 한국사를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이후 전개되는 조선의 역사는 왕조의 탄생부터 조선의 여러 체제가 완성되는 성종 그리고 연산군까지를 다루고 있다.

한 파트가 끝날 때마다 <15세기의 초점>이라는 페이지가 나오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자료들로 구성되어 있다.

 

 

<15세기>에는 전반적으로 다양한 사진 자료들이 사용되어 역사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 전체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세종대왕 부분이었다. 

솔직히 훈민정음을 세종대왕이 만들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집현전 학사들이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록이나 기타 기록에서 세종대왕이 한글을 친제했다고 밝히고 있다는 부분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도대체 세종대왕은 얼마나 뛰어난 분이셨던 것일까? 스물 두 살의 나이로 왕위에 올라 무위, 농업, 천문, 예악, 문자까지 세종대왕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생각에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세종대왕이 왕위에 오르지 않았다면, 조선의 역사는 또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편으로는 세종대왕 역시 조선의 왕조 체제 속에서 주어진 몫을 했던 성리학에 심취한 세습 군주이며 세종의 후손들이 왕으로서 보이는 결함과 비극들은 세종의 결정에서 비롯된 것도 있었다는 부분에서 한쪽으로 치우친 시각을 갖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민음사의 <15세기>는 단번에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워낙 방대한 양을 다루고 있어 조금씩 나누어 읽게 되는 책이다. 하지만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 다양한 사진과 이색적인 자료들이 계속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