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진 - 신경숙

역시... 역시... 역시 신.경.숙.이다.

요즘 귀차니즘에 살짝 빠져들고 있던찰라 <리진>을 접하고 귀차니즘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1,2권 8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이틀만에 읽었다면 말 다한거 아닐까?
독자로 하여금 한순간 몰입하게 만들 수 있는 재주... 신경숙이 존경스러워진다.

<리진>은 고종 시대에 짧은 생애를 살다 간 한 궁녀의 이야기를 썼다. 역사소설을 썼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예사롭지 않았는데 이야기 전개 또한 한마디로 예술이었다.

A4용지 한 장 반 정도 되는 분량의 기록을 보고 백 년 전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신경숙은 마치 그 시대에서 살면서 보고, 느낀것을 이야기로 꾸며나간것 같았다.

왕으로부터 리진이라는 이름을 하사 받았던 궁녀...
왕비의 특별한 총애를 입어 프랑스 초대공사의 아내가 되어 궁궐을 떠났던 궁녀...
무엇보다 리진을 친딸처럼 아꼈떤 비운의 왕비 명성황후...
리진이라는 인물을 매개로 하여 생생하게 재현되는 역사 자체의 흥미로움에 감탄조차 잊게 만들었던 책이다.
힘없는 고종과 명성황후가 존재했던 아픈 역사 속에서 리진에 대한 강연의 애절한 마음에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프랑스 초대공사 콜랭의 변치않을것 같은 사랑 또한 변하는 세상속에서
사랑하는 마음만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치 않다, 라고 말한 리진은
바로 다음 페이지에 이런말을 남겼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자신을 향한 강연의 마음일 것이다. (252)

강연이 리진을 부르던 애칭 은방울... 은방울이란 단어가 이렇게 슬픈단어로 다가올줄을 정말 몰랐다.

이름의 주인이 어떻게 사느냐에 그 이름의 느낌이 생기는 게다. 사람들이 네 이름을 부를 때면 은혜의 마음이 일어나도록 아름답게 살라 (27)

오래 같이 지내고 싶은 사람일수록 그사람을 변화시키려 해선 안 된다(35)

서책은 배반하지 않는 벗이니 늘 가까이 두라 (117)

말이란 길게 할수록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말해야 될 때가 아닌데 말을 하고 있을 때라면 더욱 그렇다. (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