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신경숙

인터넷 연재소설이었던 이 책을 몇 회 읽다가 그만둔적이 있다.
오랜 기다림끝에 한편씩 올라오는 글을 읽기에는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고 나의 인내심이 참지 못할것 같아 차라리 잊고 지내다 한 권의 책으로 읽어야겠다 마음먹었고, 그렇게 까맣게 잊고 있다가 구입하게된 책이다.

작가는 새벽 세시부터 오전 아홉시까지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고요한 여섯 시간 동안 그녀의 머릿속과 손끝에서는 어떤 뜨거운 것들이 번져나왔을까. 뜨거운 청춘과 부르짖음과 상처... 그것들을 써 내려가다 참지 못해 울먹이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상처를 보듬기 위해 상처를 쓰는 작가, 신경숙...
어두웠던 시대와 그 시대를 견뎌내려 애썼던 이들의 사랑과 그 사랑이 열렬하게 남기고간 청춘의 흔적을 담고있는 소설은 죽음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소설을 바꾸기위해 기쁜일만 생각하려 애썼다고 한다.
어둠부터 아침이 밝아오는 시간까지 글을 썼기때문일까? 다행히도 죽음으로 뒤엉킨 이 소설은 기쁨이 깃든 새벽녘의 햇살처럼 기대와 희망으로 끝맺는다.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을 잃어버린 윤...
윤의 어릴적 소통의 통로였던 친구 단...
자기때문에 발레를 못하게된것에 대한 자책감과 언니의 분신자살을 목격하는 미루...
미루의 소통 통로가 되어주고 윤의 삶의 의미를 부여해준 명서...
그리고 이들 모두를 연결해주는 윤교수...
이들 모두는 각자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들을 가지고 있다.

그게 왜 하필이면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고통일까?
군대에서 총기사고로 인해 죽은 윤의 단과의 이별...
거식증으로 인해 말라가면서 죽어간 명서의 미루와의 이별...
자신의 병마와 싸우며 죽어간 윤교수...

읽으면서도 그들의 고통이 전해져오는 느낌에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책을 덮으면서도 뭔가 해결되지 않은 어떤 목마름이 계속 남아있어 조금은 우울하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신경숙 작가의 이런 느낌이 좋고, 그녀의 책을 빼놓지 않고 읽게 되는 이유같다.

<엄마를 부탁해> <리진> <깊은슬픔> 역시 항상 마지막에 나로 하여금 뭔가를 갈증나게 한다. 

기억이란 제 스스로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속성까지 있다 (20)


함께 있을 때면 매순간 오.늘.을.잊.말.자.고 말하고 싶은 사람을 갖기를 바란다.
언제든 내.가.그.쪽.으.로.갈.게.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