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이라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그림과 만나다’ 라는 책의 제목에서 였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IT시대에 살아가고 있지만, 역사와 옛 선조들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직접적으로 나서서 찾아보지 않는다면 중.고등학교 국사와 세계사 시간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관심분야와 전공과목이 아닌 나로서는 그림에 담긴 역사을 읽어내고 속을 훔쳐 본다는 것이 문외한 이라서 알지 못하고 어렵다는 변명아닌 변명만을 늘어놓게 된다.

가끔 관광지의 박물관이나 혹은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접해 본 옛 그림들. 고려불화나 단원 김홍도의 그림, 어떤 특별한 감흥보다는 그저 단순하게 옛것은 무언가 다르구나, 귀하구나, 라는 느낌이 공통점이었다. 그런데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에서 보여주는 이야기에는 다양한 분석을 통해 깊이있는 역사를 보여주려 한다. 그림을 통해 관찰하면서 접근하는 방식이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한국학이라는 부담감을 덜어주었던 것 같다. 

책은 총 4부로 27명의 인문학자들이 고려시대의 고려불화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미술, 음악, 문학, 역사등의 주제가 다채롭게 수록되어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옛것에 대해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봐 왔었구나 라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들었다. 그림에 담긴 스토리를 풀어냄에 있어 세심한 묘사와 해석에 몇번이고 그림을 다시 보고 또 보았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덧 것들이 다시 보면 보이고 그러면서 내용을 읽어나가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다.

제1부 ’그림에서 그리움을 읽다’의 표암 강세황, 복날 같은 장소에서 지인들과 함께한 추억이 담긴 여덞편의 시를  읽어가는 중에서 오는 감흥은 뭐라 표현할 수 없었다. 표암 강세황의 서첩 <금재농한>에 세겨진 ’자이열재’, 스스로 즐기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느낌이었다.  조선 후기 박제가와 중국 청나라 화가 나빙과의  주고 받은 그림과 시편에서는 국경의 경계를 넘어선 그들의 우정과 그리움에 훈훈한 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려불화 속 투명성에 입이 떡 벌어져 감탄사가 절로 났다. 불교에서 추구하는 투명성은 지혜, 즉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마음의 바탕 상태를 담은 것임을 책을 통해 좀 더 깊이 있게 알게 된다. 



미술뿐만 아니라 조선 왕실의 장악원 예악, <왕의 남자>에서 보았던 광대의 이야기등 사극이나 영화에서 보았던 익숙한 주제에는 흥미가 더해졌고, 전혀 알지 못했던 주제에는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보람도 있었던 것 같다. 27편의 이야기가 분류가 되어있어 꼭 순서대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또한 한번 쭉 읽고 머리속에 넓고 크게 그려두었다가 비슷한 주제를 접하게 되는 계기가 있을 때, 다시 꺼내서 세심하게 살펴볼 수 있게 소장해두고 봐도 좋을 책으로 느껴졌다. 옛것의 가치가 물씬 풍겨나는 한국학에 이렇게나마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흐믓하고 값진 시간이었다.

 

한국학그림과만나다, 정민외26인, 태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