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타임머신을 타고 대학시절로 돌아간다. 조금은 학업에 억압 되었던 고등학교 시절, 대학 캠퍼스에 대한 로망과 끌어오르는 자유에 대한 갈망을 한아름 품게 했었고, 그때 그 시절 빠질 수 없는 추억이 동아리 활동이었다. 그러한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펼쳐들게 되었을 때, 추억의 타임머신을 타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그때로 돌아가 회상의 시간을 갖게 되리라 생각한다.

 

책의 표지를 보면 만화로 오해하기 쉬운데, 안을 들여다보면 캐릭터가 뚜렷한 개성있는 멤버 4인의 불꽃튀는 대학 동방 생활 이야기가 담겨있다. 멤버 중 하나가 시간이 지나 대학시절을 회상하며 아내에게 그때 그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총 6장의 구성으로 각장의 앞면에는 만화가 삽입되어 있어  각장의 함축적인 내용을 개성있게 보여 준다. 제목 ’키켄’은 세이난 공대의 기계제어 연구부 동아리 이름이다. 이 동아리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죽자고 덤비는 진지한 환상의 4인방 열정 키켄. 

 

’진지하게 노는’게 모토인 키켄은 2학년 선배 우에노와 오오가미의 후배 동방생 모집 ’신입부원 유치 작전’ 을 시작으로, 축제 때 가겟집 아들의 이름을 건 ’라면 장사 세 배로 늘리기’, 이기진 못해도 지지는 않겠다는 작전의 ’로봇 스모대회’에서 자폭 사건까지 웃음이 빵빵 터진다. 그러한 웃음의 원천은 피튀기게(?) 진지한 그들의 열정과 개성강한 캐릭들의 좌충우돌 상황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가슴에 몽글몽글 무언가가 피어오른다. 이러한 열정을 느꼈던 적이 언제였던가..... 그들의 극한 상황이 20대 초반 조리에 빠져있던 그 시절과 오버랩된다. 빌지가 땅끝까지 닿는것도 모자라 계속해서 쏟아져 나와 목에 돌돌 말았던 그때, 땀은 비오듯 쏟아져도 오더를 우렁차게 외치며 후라이팬을 겁나게 돌려대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누구나 이러한 추억이 있다면 가슴 한켠의 기억을 끄집어 내 보는건 어떨까.

 

우리는 키켄이다. 키켄은 우리의 것이다.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키켄이었다. 키켄은 우리의 것이었다. 그 시절은 사라지지 않는다. 없어지지 않는다. 추억은 늘 거기에 있다. 그것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보물이 되었다. 온 힘을 다하여 무의미했고, 온 힘을 다하여 무모했고, 옴 힘을 다하여 진지했다. 도대체 그런 시절을 인생에서 얼마나 보낼 수 있을까? (301p)

 

마지막 장을 덮의면 찡한 감동이 몰려온다. 가겟집 아들 모토야마는 학교가 본가에서 가까움에도 세월앞에 그 때의 그 시절이 사라져 버렸을까 하는 쓸쓸함에 점차 멀어져만 갔던 동아리 방 키켄. 그 시절의 그들의 추억은 그곳에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보물 같은 추억을 꽁꽁 묻어 버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소설을 통해 나 또한 기억의 상자속에 고이 접어 놓았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올라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좋은 감정이었다.

 

키켄, 아리카와히로, 북로드